저는 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마음 한쪽이 조용히 데워지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대만 작가 양솽쯔(楊双子)가 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로 올해 영국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고,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가 “일제강점기를 함께 겪은 한국 독자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읽을지 궁금했다”고 말했다는 대목에서, 저는 잠시 읽기를 멈췄습니다.

처음 이 소식을 봤을 때, 제 마음은

낯선 나라의 수상 소식인데도 멀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저기 있구나” 하는, 조금 뭉클한 안도였습니다. 양 작가는 1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에서 간담회를 열고,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처럼 지금 세계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방향을 바라본다는 말. 저는 그 한 문장에 오래 머물렀습니다. 우리가 겪은 시간이 우리만의 외로운 기억이 아니라, 누군가와 나란히 놓일 수 있다는 뜻으로 들렸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여성의 의제, 국가와 역사가 남긴 상처를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가장자리에서 낸 목소리가 세계의 한가운데에서 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작은 위로처럼 다가왔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우리는 어떤 걱정을 할까요

저처럼 이 소식을 본 분들 중에는, 이런 마음을 품은 분도 계실 겁니다.

‘과거의 상처를 자꾸 꺼내는 게 괜찮을까.’ ‘이미 지난 일을 지금 다시 이야기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저도 그런 걱정을 합니다. 오래된 아픔을 들여다보는 일은 늘 조심스럽고, 가끔은 지치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양 작가의 말이 그 걱정에 답을 건넵니다. 그는 100년 전 식민 시대 이야기를 지금 다시 하는 이유를, “첫 직접 총통선거를 치른 지 30여 년이 지났는데도 대만이 그 시절의 그림자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상처를 말하는 건 과거에 매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그림자에서 걸어 나오기 위해서라는 뜻이겠지요.

그 걱정 속에서도 붙잡을 단단한 지점

저는 이 작품이 무겁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에서 단단함을 느낍니다.

소설은 일제강점기 대만을 찾은 일본인 작가 아오야마 치즈코와, 통역을 맡은 대만 여성 왕첸허가 함께 여행하며 감정을 키워가는 이야기입니다. 여행과 음식이라는 친근한 소재로, 지배국과 피지배국의 정체성 문제를 짚습니다.

양 작가는 음식을 이렇게 풀어냅니다.

“무엇을 먹느냐는 어떤 민족인지뿐 아니라 어떤 계급인지를 보여줍니다. 음식에는 종족·성별·연령에 걸친 권력의 위계가 담겨 있어요.”

거대한 역사도, 결국 한 끼의 밥상에서 시작된다는 시선. 저는 여기서 위로를 얻습니다. 아무리 큰 아픔도 일상의 작은 자리에서부터 마주하고 풀어갈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한국과 대만이 같은 시간을 겪었고, 지금 세계가 같은 방향을 본다는 양 작가의 말.
  • 상처를 말하는 이유: 과거에 갇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림자에서 나오기 위해서.
  • 작은 데서 시작하는 회복: 여행과 음식처럼, 일상의 자리에서 큰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

한 사람의 이름에 담긴 이어감

저를 가장 오래 붙든 건, 필명에 담긴 사연이었습니다.

1984년생인 양 작가의 본명은 양뤄츠(楊若慈)입니다. 필명 ‘솽쯔(双子·쌍둥이)’는, 함께 작가로 활동하려 했던 쌍둥이 동생 양뤄후이가 2015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에도 그 뜻을 이어가겠다는 마음이 담긴 이름입니다.

먼저 떠난 이의 몫까지 안고 계속 쓴다는 것. 저는 이 대목에서, 슬픔이 멈춤이 아니라 이어감이 될 수 있다는 걸 다시 배웁니다.

그는 2029년까지 작품 두 권을 더 완성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올해 현대를 배경으로 미식과 여성을 다룬 작품을 마무리하고, 다음으로 100년 전 여성들의 직업을 다룬 세 번째 역사소설을 쓸 계획이라고 합니다.

결론

오늘(2026년 6월 1일) 우리에게 닿은 이 소식은, 오래된 상처를 가진 사람에게 건네는 다정한 신호 같습니다.

‘우리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다’, ‘상처를 말하는 일은 그림자에서 나오기 위함이다’, ‘슬픔은 이어감으로 바뀔 수 있다’. 저는 이 세 가지를 마음에 담았습니다.

그래서 오늘, 작은 다음 걸음을 함께 제안드립니다.

  • ‘1938 타이완 여행기’를 천천히 읽어보기: 한국 독자가 어떻게 읽을지 궁금하다던 그 마음에, 직접 답해보는 일입니다.
  • 나의 오래된 걱정을 한 줄로 적어보기: 상처를 꺼내는 건 갇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걸어 나오기 위해서임을 떠올리며.
  • 오늘 한 끼의 밥상을 가만히 들여다보기: 거대한 회복도 일상의 작은 자리에서 시작된다는 걸, 나의 식탁에서 느껴보는 일입니다.

괜찮을까 걱정되는 날에도, 우리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누군가와 나란히 서 있습니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저는 오늘 조금 덜 외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