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저는 가만히 멈췄어요

피노키오 통해 인간을 탐구한 91세 노작가의 전시 소식을 접하고, 저는 한참을 화면 앞에 앉아 있었어요.

주인공은 미국 현대미술의 대가 짐 다인입니다. 올해 아흔한 살이에요. 서울 종로구 피비갤러리에서 지난달 28일 개막한 전시 '나의 말과 피노키오(My Words & Pinocchio)'에서, 그는 직접 사다리를 타고 올라 벽에 목탄으로 글을 쓰고 지우고 덮어썼다고 해요.

그 벽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불에 타버린 그의 가련한 발과 잘못된 판단, 허영심, 기다란 코…. 나는 여섯 살 때부터 그를 등에 업고 살아왔다."

저는 이 한 줄에 마음이 무너졌어요. 잘못된 판단과 허영심을 등에 업고 산다는 말이, 꼭 제 이야기 같았거든요.

비슷한 처지의 우리는 어떤 걱정을 하고 있을까요

다인의 피노키오는 디즈니 만화 속 밝은 존재가 아니에요. 그림 속 피노키오들은 하나같이 뭉개진 얼굴과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하고 있어요. 그는 이 인형을 "긴 여정을 통과 중인 인간"이라고 부릅니다.

우리도 늘 비슷한 걱정을 안고 살잖아요.

  • 나는 왜 이렇게 거짓말처럼 코가 길어지는 실수를 반복할까
  • 이 나이에, 이 자리에서, 다시 시작해도 괜찮을까
  • 나의 부족함과 허영심을 누가 알아채면 어쩌지

다인도 고백해요.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고 당나귀 귀가 생기는 이야기는 어릴 적 내게 공포로 다가왔다"고요. 아흔이 넘은 대가조차, 어린 시절의 그 두려움을 평생 등에 업고 온 거예요.

그 걱정 속에서도 붙잡을 단단한 지점

그런데 다인은 같은 자리에서 이렇게 말을 잇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진짜 인간이 되기 위한 과정임을 깨달았다."

저는 이 문장이 오늘의 위로라고 생각해요. 길어진 코도, 당나귀 귀도, 벌이 아니라 진짜 사람이 되어가는 통과 의례라는 거죠.

그는 어려서부터 난독증이 있어 소설을 끝까지 읽기 어려웠다고 해요. 대신 시를 읽었고, "나에게 글과 이미지는 동일하다"고 말합니다. 약점이라 여겼던 자리에서 자기만의 표현을 길어 올린 셈이에요.

그의 이력도 한 번에 완성되지 않았어요.

  • 1950·60년대: 존 케이지, 클라스 올든버그 등과 교류하며 현대미술을 이끔
  • 1960·70년대: '실내용 가운'과 '하트' 연작
  • 1990년대부터: '피노키오' 연작을 지금까지 이어 오는 중

부산 해운대 센텀시티에 9m 높이 피노키오 조형물을 남긴 그가, 아흔이 넘은 지금도 새 회화 8점과 자작시 작품 3점을 내놓았어요. 멈추지 않는다는 것, 그 자체가 메시지입니다.

"내게 예술은 멈출 수 없는 행위다. 예술이 아니었다면 나는 아마 길거리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었을 것이다."

결론: 코가 길어도, 우리는 인간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피노키오 통해 인간을 탐구한 91세 노작가가 건네는 답은 단순해요. 결점은 지워야 할 흠이 아니라, 사람이 되어가는 여정의 일부라는 것. 그러니 오늘의 실수에 너무 오래 머물지 않아도 괜찮아요.

마음이 무거운 날,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요.

  • 하나. 부끄러운 실수 하나를 종이에 적고, 다인처럼 그 위에 '되어가는 중'이라고 덮어써 보기
  • 둘. 6월 4일까지 열리는 종로 피비갤러리 전시를 직접 찾아, 뭉개진 피노키오의 얼굴 앞에 서 보기
  • 셋. 내가 약점이라 여긴 것 하나를, 오늘 작은 표현으로 바꿔 꺼내 보기

긴 여정을 통과 중인 건 인형만이 아니에요. 우리도 그래요. 그 사실이, 오늘 제게는 가장 단단한 위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