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떤 뉴스 앞에서 한참을 멈춰 서곤 합니다. ‘부커상’ 양솽쯔 “대만, 식민지배 그림자 못벗어나”라는 제목도 그랬어요. 축하의 자리에서 나온 말이 오히려 오래된 상처를 가만히 어루만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대만 작가 양솽쯔가 소설 ‘1938 타이완 여행기(Taiwan Travelogue)’로 올해 영국 인터내셔널 부커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중국어로 쓰인 작품이 이 상을 받은 건 처음이고, 대만 작가가 수상한 것도 최초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를 붙든 건 화려한 ‘최초’라는 단어가 아니었어요. 그가 첫 해외 방문지로 한국을 택했고, 1일 서울 중구의 한 오피스에서 한 말이었습니다.
“한국과 대만은 일제강점기를 함께 겪었지만, 한국과 달리 대만은 1996년 첫 직접 총통선거까지도 식민지와 다를 바 없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기쁜 날에도 우리는 종종 가장 아픈 자리를 먼저 들여다보게 됩니다. 저는 그 정직함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우리는 어떤 걱정을 안고 있을까요
저는 이 소식을 읽으며, 비슷한 역사를 지나온 우리가 품는 조용한 걱정을 떠올렸습니다. ‘지난 일을 자꾸 꺼내도 괜찮을까’, ‘이미 끝난 상처를 굳이 다시 말해야 할까’ 하는 망설임이요.
양 작가의 답은 분명합니다.
“100년 전 식민 시대 이야기를 지금 다시 하는 것은, 첫 직접 총통선거를 치른 지 30여 년이 지났는데도 대만이 그 시절의 그림자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소설은 일제강점기 대만을 찾은 일본인 작가 아오야마 치즈코와, 통역을 맡은 대만 여성 왕첸허가 함께 여행하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여행과 음식이라는 친근한 소재로 지배국과 피지배국의 정체성 문제를 짚는 방식이지요.
- 작가: 양솽쯔(본명 양뤄츠), 1984년생
- 필명 ‘솽쯔(쌍둥이)’: 2015년 암으로 떠난 쌍둥이 동생 양뤄후이의 뜻을 잇는다는 의미
- 작품 이력: 2020년 발표, 2024년 전미도서상(번역문학 부문) 수상
저는 여기서 작은 위로 하나를 배웁니다. 아픈 이야기를 꺼내는 일은 상처를 헤집는 게 아니라, 아직 끝나지 않은 마음을 돌보는 일이라는 것을요.
그 걱정 속에서도 붙잡을 단단한 지점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붙잡으면 좋을까요. 양 작가는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수상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 세계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여성의 의제, 국가와 역사가 남긴 상처를 사회의 가장자리에서 발언하고 있다.”
가장자리에서 낸 목소리가 세계의 중심에 닿았다는 사실. 저는 이 대목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가장 단단한 위로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멈추지 않습니다. 2029년까지 작품 두 권을 더 완성하는 것이 목표이고, 다음 세 번째 역사소설은 100년 전 여성들의 직업을 다룰 계획이라고 합니다. 상처를 말하면서도 다음 이야기를 준비하는 그 걸음이, 저에게는 가장 실용적인 조언처럼 다가옵니다.
결론 — 오늘의 우리가 가져갈 것
양솽쯔의 부커상 수상과 “대만, 식민지배 그림자 못벗어나”라는 말은, 끝나지 않은 역사를 어떻게 마주할지 묻습니다. 핵심은 ‘아픈 이야기를 꺼내도 괜찮은가’라는 걱정에 대한, 단단한 ‘괜찮다’는 답입니다.
오늘 저와 당신이 바로 할 수 있는 일을 적어둡니다.
- ‘1938 타이완 여행기’를 직접 읽어보기: 음식과 여행이라는 친근한 입구로 역사에 다가가 보세요.
- 내 안의 묵힌 이야기 한 줄 적어두기: 꺼내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가벼워집니다.
- ‘가장자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작은 목소리가 세계에 닿는 순간을 우리는 지금 보고 있습니다.
상처를 말하는 일이 두려울 때, 저는 이 수상 소식을 다시 떠올리려 합니다. 우리는 같은 방향을 보고 있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