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에스메 콰르텟의 창단 10주년 기념 리사이틀이 열립니다. 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저는 묘하게 마음이 놓였습니다. 네 사람이 10년을 함께 버텼다는 사실 하나만으로요.
처음 이 소식을 봤을 때 든 마음
솔직히 저는 부러움보다 안도가 컸습니다. 혼자 잘하는 일도 어려운데, 넷이 손발을 맞춰 300회 넘는 공연을 이어왔다니요.
에스메 콰르텟은 배원희(제1바이올린), 하유나(제2바이올린), 디미트리 무라스(비올라), 허예은(첼로)으로 이뤄진 현악사중주단입니다. 현악사중주란 바이올린 둘, 비올라, 첼로가 모여 하나의 소리를 만드는 실내악 편성을 뜻합니다.
"예전엔 에너지와 열정으로 밀어붙였다면, 지금은 작품 안에서 기다릴 줄도 알고 서로의 소리를 더 신뢰하게 됐어요."
이 문장 앞에서 저는 한참 멈췄습니다. 기다림과 신뢰. 우리가 관계 속에서 늘 어려워하는 바로 그것이니까요.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은 무엇을 걱정할까
함께 무언가를 오래 해본 분이라면 같은 걱정을 안고 있을 겁니다.
- 내 의견을 양보하면 나만 손해 보는 건 아닐까
- 이 팀이, 이 관계가 정말 끝까지 괜찮을까
- 열정이 식은 자리에 남는 건 권태뿐 아닐까
저도 그랬습니다. 양보는 곧 지는 일 같았고, 신뢰는 배신당하기 쉬운 약점처럼 느껴졌습니다.
에스메 콰르텟의 사실들을 보면 이 걱정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 2016년 결성 이후 10년, 짧지 않은 시간을 함께 통과해왔습니다
- 2018년 위그모어홀 국제 현악사중주 콩쿠르에서 우승과 특별상 4개를 받았습니다
- 그 뒤 유럽과 북미 등에서 300회 넘는 공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화려한 결과지만, 그 안에는 네 사람이 매번 부딪히고 조율한 무수한 시간이 숨어 있습니다.
그래도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
저는 배원희의 이 말에서 답을 찾았습니다.
"단순히 음을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왜 그렇게 연주하고 싶은지까지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
설득과 양보는 지는 일이 아니라, 상대의 이유를 이해하려는 노력이었습니다. 그 이해가 쌓여 신뢰가 되고, 신뢰가 네 개의 소리를 하나로 조율합니다.
하유나는 지난 10년을 이렇게 돌아봅니다.
"에스메 콰르텟이 어떤 팀인지 만들어가고, 그것을 증명해 온 시간이었다."
증명은 한 번에 오지 않습니다. 매일의 작은 양보가 쌓인 결과입니다. 그래서 저는 지금 관계가 흔들린다고 느끼는 분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흔들림은 끝이 아니라, 아직 조율 중이라는 신호일 수 있다고요.
오늘 무대의 프로그램도 의미심장합니다.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8번, 드보르자크 12번 '아메리칸', 슈베르트 14번 '죽음과 소녀'. 모두 인간의 본능적 감정을 건드리는 작품들입니다. 에스메 콰르텟은 슈베르트를 "가장 인간적인 작곡가 중 한 명"으로 꼽습니다.
결론
오늘 시작되는 에스메 콰르텟의 10주년은, 설득과 양보와 신뢰가 시간을 두고 어떻게 하나의 화음이 되는지를 보여줍니다. 혼자가 아니라 함께라서 가능했던 10년입니다.
지금 관계나 팀이 걱정되는 분께 권하고 싶은 작은 다음 단계입니다.
- 상대의 이유를 먼저 묻기: 다투기 전에 "왜 그렇게 하고 싶어?"를 한 번 건네보세요
- 양보를 손해로 세지 않기: 오늘 한 번의 양보를 기록해두고, 한 달 뒤 관계가 어떻게 변했는지 돌아보세요
- 무대로 마음 쉬어가기: 오늘 예술의전당, 또는 9일 춘천문화예술회관 공연으로 직접 그 조율의 소리를 들어보세요
네 사람이 10년을 증명했듯, 우리의 오늘도 괜찮아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