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마음 한구석이 두근거렸어요. 극장 의자에 가만히 앉아 스크린만 보던 우리가, 이제는 직접 좀비에게서 도망쳐야 한다니요. 무섭다기보다, 어쩐지 반갑고 설레는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영화관이 통째로 무대가 되었습니다

지난달 21일 서울 동작구 롯데시네마 신대방에서 막을 올린 ‘인사이드 더 플레이: 군체’는 영화 ‘군체’의 세계관을 빌려 만든 이머시브 공연이에요. 이머시브 공연이란 관객이 객석이 아니라 무대 안에 직접 들어가 이야기를 함께 겪는 형태를 말합니다.

주어지는 무대는 6개의 상영관과 로비, 복도, 제한 시간은 90분입니다. 화면 속 사건 장소인 둥우리빌딩이 롯데시네마 건물로 매끄럽게 치환되면서, 좀비를 마주쳤을 때의 몰입감이 한껏 커진다고 해요.

관객의 단 하나의 목표는 생존입니다. 등 뒤에 붙은 생존자 표식인 벨크로를 좀비에게 뜯기면 안 됩니다. 배우 구교환이 연기한 서영철, 집단지성 좀비 사태를 만든 그 인물의 이름이 공연 속에서도 그대로 등장하지요.

이런 데 가도 괜찮을까, 망설이는 마음

비슷한 처지의 분들은 아마 이런 걱정을 하실 거예요. “나는 몸치인데 잘 도망칠 수 있을까”, “혼자 가면 뻘쭘하지 않을까”, “비명 지르는 게 부끄럽진 않을까” 하고요. 저도 똑같았습니다.

그런데 기사를 읽다 보니 마음이 놓이는 대목이 있었어요. 여유롭던 관객도 사실적인 분장을 한 좀비 떼가 달려오면 결국 필사적으로 도망치고야 만다고 합니다. 욕설과 비명이 난무하는 그 순간엔, 어색함을 따질 겨를이 없다는 뜻이겠지요.

마냥 숨어 있는 건 불가능합니다. 관객들 사이에 섞인 배우들이 돌발 상황을 만들기 때문이에요.

행동대장 ‘여포’, 3선 국회의원 ‘최호성’, 보안팀장 ‘김준영’ 같은 인물들과 호흡하며 탈출을 시도해야 하니, 혼자라는 외로움이 끼어들 자리는 별로 없어 보였습니다.

실패해도 괜찮은, 단단한 지점

그 걱정 속에서도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이 있어요. 꼭 성공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입니다. 이 공연을 직접 체험한 기자조차 김준영이 이끄는 서영철 제거반에 참여했다가, 진화한 좀비들의 계략에 걸려 실패했다고 솔직히 적어 두었거든요.

순간의 선택에 따라 전혀 다른 경험을 하게 되니, 실패도 하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그래서 N차 관람을 하는 분들도 많다고 해요.

조금 더 잘 살아남고 싶은 분들께 기사가 일러 준 팁도 있습니다.

  • 공연 시작 전, 영화관 곳곳을 미리 둘러보기 — 동선을 알아 두면 생존 확률이 올라갑니다.
  • 후반부엔 마음 가는 배우를 따라가기 — 미끼반·제거반·탈출반으로 나뉠 때 끌리는 쪽을 고르면 됩니다.
  • 좀비가 되어도 괜찮다 — 붙잡힌 관객은 서영철의 지령을 받아 생존자를 찾아 나서는 또 다른 역할을 맡습니다.

이런 체험형 공연이 낯설다면, 2007년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시크릿 시네마’를 떠올려도 좋아요. 빈 건물을 영화 세트장처럼 꾸민 이 공연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28일 후’ 등 60여 편을 활용해 150만 명 넘는 관객을 모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던 그 ‘참여’를, 이미 그만큼 많은 사람이 즐기고 있었던 셈이지요.

결론

극장에서 좀비에게 쫓기는 90분은, 사실 가만히 앉아 있던 우리가 처음으로 두 발로 이야기 속을 뛰는 시간입니다. 잘 도망치지 못해도, 비명을 질러도, 좀비가 되어도 괜찮습니다. 그 모든 게 ‘우리는, 하나다’라는 서영철의 구호처럼 함께 겪는 경험이니까요.

오늘 망설이고 계신 분께 권하고 싶은 다음 단계는 이렇습니다.

  • 부담을 내려놓기: 성공이 목적이 아니라 함께 도망치는 경험이 목적임을 기억하세요.
  • 편한 차림과 동행 준비하기: 90분간 6개 상영관과 복도를 오갈 수 있도록 움직이기 편하게 가세요.
  • 시작 전 공간 답사하기: 로비와 복도를 미리 살펴 두면, 걱정보다 설렘이 앞서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