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웃음보다 먼저 마음이 뭉클했어요.

가사와 장삼을 걸친 로봇이 연등 행렬 맨 앞에 서 있는 모습. 그 뒤에서 "혹시나 넘어질까 봐 가슴 졸이며" 따라 걸었다는 성원 스님의 한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화제는 분명 인공지능이었는데, 제 가슴에 닿은 건 첨단 기술이 아니라 누군가를 향한 그 조심스러운 마음이었어요.

가비, 석자, 모희, 니사 — 계를 받은 로봇 스님들

올해 부처님오신날의 가장 큰 이야깃거리는 AI 휴머노이드 로봇 스님 넷입니다. 이름은 가비, 석자, 모희, 니사.

진짜 승려처럼 계를 받은 이 로봇들은 지난달 16일과 17일 열린 연등회에서 행렬의 선두를 이끌었어요. 행사 실무를 총괄한 대한불교조계종 문화부장 성원 스님은 지난달 22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낯설고 가볍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불교가 시대 변화에 맞춰 대중과 함께하려는 노력이 보여 좋았다는 반응이 더 많아 다행입니다."

여기서 잠깐, 낯선 말 하나만 짚을게요. 수계식은 출가자나 신자가 지켜야 할 계율을 받는 의식이에요. 로봇이 가사와 장삼을 입으려다 보니, 승려만 입는 옷이라 그냥 입힐 수 없어 수계식까지 열게 됐고, 오계(다섯 가지 계율)에 맞춘 '로봇 오계'까지 만들었다고 합니다. 성원 스님 표현으로는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거지요.

가만히 서 있는 게 제일 어려웠대요

저는 이 대목이 가장 마음에 들었어요.

성원 스님은 업체 측으로부터 "가만히 있는 게 움직이는 것보다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요. 2분 정도 정자세로 서 있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고요.

생각해 보면 우리도 그렇잖아요. 한 시간 걷는 것보다, 한 시간 가만히 서 있는 게 더 힘들 때가 있어요.

합장 하나에도 두 손바닥을 모으는 프로그램이 따로 없어, 팔과 손의 각도, 고개의 움직임, 선 자세까지 하나하나 만들고 반복 연습하고 수정했다고 합니다. 해외에서 마라톤을 뛰고 돌려차기를 하는 로봇은, 그 동작에 필요한 프로그램만 집중해서 개발했기 때문이래요. 같은 로봇에게 빨래를 시키면 쉽지 않을 거라는 말이, 참 솔직하고 따뜻하게 들렸어요.

비슷한 마음으로 걱정하는 우리에게

저는 이 뉴스가 단순히 '신기한 로봇 이야기'로만 보이지 않았어요.

새로운 것 앞에서 "이게 괜찮을까", "너무 가벼워 보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마음. 그건 변화의 한가운데 선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마음이니까요.

  • 익숙한 방식이 흔들릴 때의 불안
  • 본질을 잃을까 봐 드는 두려움
  • 그래도 시대를 외면할 수 없다는 책임감

성원 스님도 "연등회 본질을 잃지 않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했어요. 변화를 받아들이면서도, 중심을 놓지 않으려는 그 균형감이 저에게는 작은 위로가 됐습니다.

그 걱정 속에서 붙잡을 단단한 지점

흔들릴 때 붙잡을 지점은 멀리 있지 않았어요.

아세요? 연등의 '연'은 흔히 아는 연꽃 연(蓮)이 아니라 태울 연(燃)이래요. 등불을 밝혀 지혜의 빛으로 어둠을 깨친다는 뜻이지요.

1990년대 출가하던 시절엔 상상도 못 했던 로봇 스님이 등장해도, 등을 밝히는 그 마음만은 그대로예요. 과거엔 여의도에서 종로 조계사까지 촛불 연등을 들고 걸었고 지금은 모두 LED 등으로 바뀌었지만, 어둠을 밝힌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았으니까요.

형식이 바뀌어도 마음이 남아 있다면, 우리는 괜찮습니다.

결론

로봇 스님 이야기의 핵심은 기술이 아니라, 넘어질까 가슴 졸인 그 마음과 본질을 지키려는 균형이었어요. 변화 앞에서 걱정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고, 그 걱정이야말로 소중한 것을 잃지 않으려는 증거입니다.

오늘 우리가 바로 해볼 수 있는 일을 적어볼게요.

  • 걱정을 적어보기: 막연한 불안 대신, 무엇이 걱정인지 한 문장으로 써 보세요. 가만히 서 있기가 제일 어렵듯, 멈춰 바라보는 데서 답이 보입니다.
  • 본질 한 가지 정하기: 변해도 지킬 '나만의 연등' 하나를 정해 두세요. 형식이 바뀌어도 그것만 남으면 괜찮아요.
  • 새로운 시도 너그럽게 보기: 낯선 변화에 곧장 판단하기보다, 함께하려는 마음이 있는지 먼저 살펴보세요.

넘어질까 가슴 졸이던 그 마음으로, 오늘 당신의 하루도 따뜻하게 지켜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