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잠시 화면을 끄지 못하고 가만히 멈춰 있었습니다. ‘우주소년 아톰’과 ‘밀림의 왕자 레오’를 그린 그 다정한 손이, 조선인 차별을 정면으로 그린 만화를 남겼다는 사실이 마음 한구석을 조용히 두드렸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 소식을 봤을 때, 제 마음에 남은 것

아사히신문이 2일 전한 내용에 따르면, ‘일본 만화의 아버지’로 불리는 데즈카 오사무(手塚治虫, 1928∼1989)의 단편 ‘긴 동굴(ながい窖)’이 56년 만에 복간됩니다. 1970년 잡지 ‘선데이 마이니치’에 실린 뒤 그의 전집에도 들어가지 못해 희귀작으로 불리던 작품이, 호세이대 출판국을 통해 다시 세상에 나옵니다.

저는 그 ‘56년’이라는 숫자 앞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잊힐 뻔한 이야기가 끝내 사라지지 않고 돌아왔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어딘가 따뜻했습니다.

“일본인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부끄럽고 죄송하게 생각한다.”

작가가 1966년 4월 16일 ‘조선시보’에 ‘나는 널리 호소하고 싶다’는 제목으로 남긴 이 문장을, 저는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비슷한 마음을 가진 우리는, 어떤 걱정을 안고 있을까

이 작품의 주인공은 2차 세계대전 당시 기후현 ‘도가리야마’ 방공호에서 혹독한 노동과 멸시를 견딘 한반도 출신 남성입니다. 총 50쪽 분량의 이야기 속에서 그는 전후 일본 국적을 얻고 출신을 숨긴 채 출세하지만, 다시 뿌리 깊은 민족 차별과 마주합니다.

저는 이 줄거리를 읽으며, 비슷한 처지의 많은 분들이 품고 있을 걱정이 떠올랐습니다.

  • 내 뿌리를 드러내면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하는 괜찮을까 싶은 불안
  • 숨기고 살아도 결국 차별은 사라지지 않는다는 지친 마음
  • 이런 이야기는 그저 옛일로 묻히는 게 아닐까, 하는 외로움

이 작품이 재일조선인 차별을 다룬 데즈카의 유일한 작품이라는 점은, 그래서 더 묵직하게 다가옵니다.

그래도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

복간을 이끈 호세이대 출판국의 아카바네 겐(赤羽健) 씨는 2023년 소수자 표현을 조사하던 중 이 작품을 처음 접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는 최근 외국인을 배척하는 풍조가 일본에서 확산되는 지금, 이 작품을 읽으면 차별받는 쪽의 고통을 살필 수 있지 않겠냐고 말합니다.

저는 여기에서 단단한 위로 하나를 붙잡습니다. 차별의 풍경이 여전히 남아 있어도, 그 고통을 ‘기록하고 다시 펼쳐 보이려는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 호세이대 출판국이 처음 펴내는 만화책이 하필 이 작품이라는 사실이, 저에게는 작은 약속처럼 느껴집니다.

잊지 않으려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 이야기는 끝나지 않습니다.

결론: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일들

데즈카 오사무가 ‘긴 동굴’과 1966년의 기고에서 남긴 마음은, 56년이 지난 오늘도 차별 앞에서 위축되는 분들에게 “당신 탓이 아니다”라고 말해 줍니다. 걱정은 사라지지 않더라도, 우리는 혼자가 아닙니다.

  • 첫째, 이 복간 소식을 기억해 두기. ‘긴 동굴’이라는 제목과 데즈카의 사과 문장을 마음에 적어 두면, 흔들릴 때 붙잡을 근거가 됩니다.
  • 둘째, 내 뿌리를 부끄러워하지 않기. 작가의 말처럼 차별의 책임은 차별받은 쪽이 아니라, 그 역사를 만든 쪽에 있습니다.
  • 셋째, 곁의 누군가에게 이 이야기를 건네기. 차별받는 쪽의 고통을 함께 들여다보는 사람이 하나 늘 때마다, 우리가 기댈 자리도 함께 넓어집니다.

오늘 하루, 그 단단한 지점 하나를 마음에 품고 지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