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제 마음이 멈춘 곳
저는 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화려한 수식어보다 한 가지 숫자 앞에서 마음이 멈췄습니다. 예순여섯과 스물다섯. 무려 마흔한 살의 나이 차이를 둔 두 사람이 한 무대에 나란히 선다는 사실이요.
피아니스트 엘렌 메르시에(66)와 바이올리니스트 다니엘 로자코비치(25). 아트센터인천은 4일, 오는 6월 14일 인천 연수구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에서 '엘렌 메르시에 & 다니엘 로자코비치 듀오 리사이틀'을 연다고 밝혔습니다. 리사이틀은 소수의 연주자가 깊이 있게 호흡을 맞추는 음악회를 뜻합니다.
메르시에는 세계 최대 명품 그룹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의 아내로 잘 알려진 분이지요. 하지만 제 눈에 들어온 건 다른 이력이었습니다. 캐나다에서 태어나 줄리아드 음악원과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서 수학하고, 프랑스 피아니즘의 거장 피에르 상캉을 사사하며 정통 프랑스 음악의 섬세한 계보를 이어온 연주자라는 사실이요.
비슷한 마음으로 사는 우리는, 무엇을 걱정할까
저는 가끔 이런 걱정을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나의 자리가 좁아지는 건 아닐까. 세대가 다른 사람과 나는 끝내 통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내가 쌓아온 시간이 어느 순간 세상에서 조용히 잊히는 건 아닐까, 하고요. '이대로 괜찮을까' 하는 그 막연한 불안 말입니다.
아마 비슷한 자리에 선 분들도 그러실 겁니다. 후배 세대와 나란히 일하며 '내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건 아닐까' 망설이는 마음, 반대로 젊은 쪽에서 '경험 많은 분과 호흡이 맞을까' 조심스러워하는 마음. 우리는 서로 다른 시간대를 사는 것 같아 자주 외롭습니다.
그래서 이번 공연의 1부 첫 곡 제목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말러가 뤼케르트의 시에 붙인 가곡, '나는 세상에서 잊혀졌네'입니다.
그 걱정 속에서도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
그런데 두 사람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잊혀졌네'라는 노래가 외로움이 아니라 평온으로 들리기 시작합니다.
스웨덴 출신의 로자코비치는 열다섯이던 2016년 블라디미르 스피바코프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주목받았고, 지금은 명문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의 최연소 전속 아티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런 그가 메르시에를 이렇게 말합니다.
"엘렌은 신앙심이 있고, 영혼의 호기심을 지닌 친구다. 우리 사이에는 깊은 신뢰와 이해를 만들어 주는 우정이 존재한다."
두 사람은 10년 넘게 음악적 교감을 나눠온 동반자입니다. 지난 3월에는 듀오 앨범 '로스트 투 더 월드'(Lost to the World)를 함께 내놓기도 했습니다. 마흔한 살의 간극은, 신뢰 앞에서는 그저 두 사람이 함께 걸어온 거리일 뿐이더군요.
저는 여기서 작은 위로를 얻습니다. 우리가 붙잡을 단단한 지점은 '나이'도 '세대'도 아니라, 진심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는 한 사람과의 신뢰라는 것을요.
결론 — 잊히는 것이 두려운 당신에게
세상에서 잊히는 것 같아 불안한 날에도, 우리를 지켜주는 건 결국 곁에서 같은 음을 맞춰주는 사람입니다. 예순여섯과 스물다섯이 한 무대에서 증명하듯이요.
오늘 바로 해볼 수 있는 일을 적어둡니다.
- 6월 14일,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 공연 일정을 달력에 표시해두기. 프랑크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 이자이의 바이올린 소나타 제5번을 미리 들어보면 좋습니다.
- 두 사람의 듀오 앨범 '로스트 투 더 월드'를 한 곡 틀어두고, '잊혀졌네'라는 말을 외로움이 아닌 평온으로 다시 들어보기.
- 세대가 달라 멀게 느껴졌던 누군가에게 먼저 연락 한 통 건네보기. 신뢰는 나이가 아니라 시간이 만든다는 걸 떠올리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