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이상하게도 가슴이 조금 뭉클했습니다.
10년이나 한 길을 걸어온 사람이 "이제 시작인 느낌"이라고 말하는 장면이요. 보통은 10년을 채우면 "드디어 자리를 잡았다"고 할 법한데,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35) 씨는 정반대의 문장을 골랐더라고요.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크레디아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한국 데뷔 10주년을 맞아 전국을 도는 리사이틀을 앞두고 있습니다. 타이틀이 'The Journey Begins(여행이 시작된다)'예요. 12일 대구에서 시작해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까지 이어지는 무대죠.
10년을 채우고도 "이제 시작"이라 말하는 사람
대니 구 씨는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태어나 6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원래는 의사를 꿈꿨지만, 비올리스트인 외삼촌을 보며 음악으로 마음이 기울었다고 해요. 뉴잉글랜드 음악원에서 학·석사를 마치고, 2016년 앙상블 디토 객원 멤버로 한국 무대에 처음 섰습니다.
그런데 길이 늘 매끄럽지는 않았더라고요. 2020년 2월 한국으로 거처를 옮기자마자 팬데믹으로 공연이 멈춰버렸으니까요.
저는 이 대목에서 잠깐 숨을 멈췄습니다. 가장 큰 결심을 한 직후에 세상이 문을 닫아버리는 일. 우리도 한 번쯤 겪어본 그 막막함이잖아요.
비슷한 처지의 우리는 무엇을 걱정할까
그는 멈춘 자리에서 주저앉지 않고, 경연 프로그램에 나가 노래와 작곡으로 시야를 넓혔습니다. 혼자 사는 일상을 보여주는 관찰 예능 출연은 "인생을 바꿔놓은 계기"가 됐다고 해요.
저는 이 지점에서,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의 걱정이 떠올랐습니다.
- 한 우물만 못 판 건 아닐까 하는 불안
- 이 나이에 새로 시작해도 괜찮을까 하는 망설임
- 여러 길을 기웃거리다 아무것도 안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
대니 구 씨도 그 무게를 정확히 알고 있더라고요. 그는 "티켓 파워가 생긴 만큼 활동 하나하나의 무게도 두 배, 세 배가 됐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도 이렇게 덧붙였어요.
"다양한 걸 도전하지 않으면 어떤 모양으로 '나의 돌'이 깎일지 모르니 다 시도했다."
그 걱정 속에서도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
저는 여기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우리가 여러 길을 걷는 건 산만함이 아니라, 아직 내 모양을 깎고 있는 시간이라는 것. 그는 클래식 독주와 실내악뿐 아니라 예능, 노래, 어린이 공연까지 넘나들며 자기 돌을 다듬어 왔습니다. 지난해 보컬 음반 '대니 싱스(Danny Sings)'를 냈고, 내년에는 멜로망스 김민석, 송소희 씨 등과 듀엣 미니앨범도 구상 중이라고 해요.
노래에 대해 그는 "악기를 연주할 때와 노래할 때 느끼는 게 다르다"며 "노래만큼 솔직한 것도 없더라"고 했습니다.
단단한 지점은 바로 '신뢰'더라고요. 그는 "신뢰해 주는 관객들이 생기다보니 하고 싶던 음악적 도전도 할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묵묵히 쌓은 시간이 신뢰가 되고, 그 신뢰가 다시 도전의 발판이 되는 것이죠.
이번 리사이틀도 그 결과물입니다. 1부에서는 현대 음악가 막스 리히터가 재작곡한 비발디 '사계' 중 '봄'을, 2부에서는 재즈 피아노 트리오와 함께 클로드 볼링의 모음곡과 조지 거슈윈의 '거슈윈 모음곡'을 들려준다고 해요. 그는 "편안하면서도 함께 놀 수 있는 공연"이라고 자신했습니다.
결론
오늘 대니 구 씨의 "이제 시작인 느낌"이라는 말은, 10년을 걸어온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위로였습니다. 끝이 아니라 다시 출발선에 설 수 있다는 것. 우리에게도 그 문장이 필요한 날이 있으니까요.
마음이 흔들릴 때, 이렇게 해보시면 어떨까요.
- '나의 돌'을 떠올려 보기: 지금의 방황을 실패가 아니라 모양을 깎는 과정으로 다시 바라보기
- 작은 신뢰부터 쌓기: 거창한 성취 대신, 한 사람의 신뢰를 얻는 일에 집중하기
- 'The Journey Begins'를 내 문장으로 삼기: 12일부터 30일까지 이어지는 그의 리사이틀처럼, 오늘을 끝이 아닌 출발점으로 적어두기
10년 뒤에도 "이제 시작"이라 말할 수 있다면, 우리는 충분히 잘 걷고 있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