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김초엽 작가의 단편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가 동명 애니메이션으로 나왔습니다. 지난 3일 개봉했고, 연필 러프 스케치 600컷으로 6년간 만든 작품이에요. 요즘 보기 드문 아날로그 진심입니다.

이게 왜 중요한 거예요?

김초엽 소설 ‘순례자들은…’ 애니로 만난다는 소식이 뜬 이유는 단순해요. 원작 자체가 팬층이 두꺼운 작품이라서요.

이 단편은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수록작입니다. “소피,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라는 문장, 팬이라면 바로 알아보는 그거 맞습니다.

메가폰은 허평강 감독(44)이 잡았어요. 이력이 진짜 화려합니다.

  • ‘데스노트’, ‘명탐정 코난’ 연출
  • 2006년 이래 일본 TV 애니메이션 업계에서 활동
  • 이번이 한국에서 첫 연출작

여기서 알아둘 용어 하나. 러프 스케치는 본 작업 전 연필로 큰 흐름만 잡는 밑그림을 말해요. 보통 디지털로 넘어가는데, 이 작품은 연필 600컷을 바탕으로 갔습니다. 제작비가 넉넉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감독이 원한 클래식한 그림체와도 맞았다고 하네요.

“기교가 화려할수록 메시지가 심플하게 다가가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 작품은 더 클래식한 그림체가 맞다고 생각했어요.” — 허평강 감독

다만 감독 본인도 인정합니다. 요즘 미감과는 거리가 있어서 호불호는 갈릴 수 있다고요. 솔직해서 좋네요.

제 일상엔 어떤 영향이 있을까요?

볼지 말지 고민될 텐데, 판단 기준을 드릴게요.

원작과 다른 점부터 알고 가세요. 영화는 큰 설정을 대범하게 변주합니다. 원작에서 소피는 편지를 받는 수신자에 그치지만, 영화 속 소피는 행성의 규칙에 의문을 품고 시초지로 향하는 적극적 캐릭터로 바뀝니다. 데이지와 소피의 관계성도 더해져 감성 터치가 강해졌어요. 그러니까 원작 그대로를 기대하면 갸우뚱할 수 있다는 거죠.

캐릭터 보는 포인트. 디자인엔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귀마와 요괴 초기 디자인을 맡았던 위현송 씨가 참여했어요. 감독 주문은 딱 두 가지였습니다.

  • “너무 예쁘지 않을 것”
  • “대신 그들의 결핍이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울 것”

핸디캡 있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소녀들의 이야기라, 완벽하진 않아도 사랑스러운 쪽을 노렸다고 합니다. 이 결을 알고 보면 캐릭터의 ‘덜 완벽함’이 의도된 매력으로 읽혀요.

진로 관심 있는 분께. 감독이 한국 시장을 보는 시각이 흥미롭습니다. 일본은 원작 판매 부수로 영상화가 결정될 만큼 실패를 피하는 구조인데, 한국은 프로듀서와 배우의 ‘촉’을 믿고 도전하는 매력이 있다고 했어요. 콘텐츠 업계 지망생이라면 곱씹어볼 대목입니다.

결론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김초엽 소설 ‘순례자들은…’ 애니로 만난다는 건, 6년·연필 600컷·클래식 그림체로 빚은 변주 버전이라는 뜻이에요. 원작 충실 재현이 아니라 감독의 해석이 진하게 들어간 작품입니다.

실화냐 싶을 만큼 요즘 흐름과 반대로 간 작업이고, 그래서 더 챙겨볼 만해요.

  • 먼저 원작 단편을 읽으세요. 소피와 데이지의 원래 관계를 알아야 영화의 각색이 보입니다.
  • ‘완벽하지 않은 캐릭터’를 의도로 받아들이고 보세요. 결핍이 매력 포인트입니다.
  • 호불호 갈리는 그림체는 미리 감안하세요. 클래식한 손맛을 즐길 마음이면 만족도가 올라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