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저는 마음이 조금 환해졌습니다

저는 오래된 기록을 마주할 때마다 묘한 안도감을 느낍니다. 한성백제박물관이 특별전시 ‘기록&역사Ⅰ: 백제 역사의 실마리, 한원(翰苑)’을 연다는 소식을 봤을 때도 그랬습니다.

전시는 6월 2일부터 8월 30일까지, 시민 누구나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기증한 기록자료를 바탕으로 마련됐다는 점이 특히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한원’이 무엇이길래, 1400년을 건너왔을까요

한원(翰苑)은 7세기 당나라의 장초금(張楚金)이 엮은 백과사전식 문헌입니다. 한 가지 마음이 쓰이는 사실이 있습니다.

한원은 현재 중국에는 전하지 않고, 일본에 남은 필사본만 전해집니다.

원본이 사라진 책이 다른 땅의 필사본으로 살아남았다는 것. 저는 여기서 작은 위로를 얻었습니다. 기록은 한 곳에서 끊겨도, 어딘가에서 다시 이어집니다. 게다가 한원은 지금은 사라진 ‘위략(魏略)’, ‘괄지지(括地志)’ 같은 고대 문헌의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어, 삼국시대 역사·지리·풍속 연구의 귀한 자료로 평가됩니다.

비슷한 걱정을 안고 사는 우리에게

우리는 종종 이런 걱정을 합니다. 내가 살아온 시간이 흔적도 없이 사라지면 어떡하지. 기억되지 못하면 괜찮을까.

1400년 전 백제도 한때 비슷한 처지였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한원은 백제의 모습을 또렷이 남겨두었습니다.

  • 건국 인식: “백제와 고구려는 모두 부여에서 나왔다”
  • 세련된 지배층: 사씨·해씨·진씨 등 여덟 귀족 가문과 은꽃 장식 관모
  • 넓은 세계관: 금강(웅진하), 섬진강(기문하)을 낀 활발한 해상 교류
  • 국제적 위상: “동쪽으로 신라에 이르고 서쪽으로는 양월에 닿는다”

저는 이 문장들을 읽으며, 사라질 뻔한 존재도 단 한 줄의 기록으로 이렇게 선명히 되살아난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 걱정 속에서도 붙잡을 단단한 지점

전시는 ▴기록으로 보는 백제 ▴백제와 동아시아 세계 ▴백제와 동아시아 사람들 세 주제로 짜여 있습니다. 특히 ‘양직공도(梁職貢圖)’와 ‘왕회도(王會圖)’ 속 사신 그림을 함께 배치해, “외모가 아름답고 예의범절에 익숙하다”던 백제인의 복식과 품격을 눈으로 보여줍니다.

실무자의 시선에서 한 가지 팁을 보태자면, 한원의 문장은 짧고 함축적입니다. 그래서 저는 전시의 인용문을 먼저 한 줄씩 읽고, 그 옆 그림과 유물을 맞춰 보는 순서를 권합니다. 글이 그림으로 번역되는 순간, 기록은 비로소 내 이야기가 됩니다.

결론

원본이 사라져도 필사본으로, 한 줄의 인용으로 백제는 살아남았습니다. 우리의 시간도 그렇게 어딘가에 남는다는 것. 그것이 이 무료 전시가 건네는 조용한 위로입니다.

  • 8월 30일 전까지, 한성백제박물관에서 무료로 직접 한원의 문장을 읽어 보세요.
  • 전시 동선은 세 주제 순서대로 따라가며, 인용문→유물→사신 그림 순으로 음미해 보세요.
  • 오래된 기록이 주는 안도감이 좋았다면, 함께 소개된 고구려 고분벽화 모사도, ‘조선고적도보(朝鮮古蹟圖譜)’ 같은 기증자료도 천천히 둘러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