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마음 한구석이 조용히 따뜻해졌습니다. 애니메이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가 지난 3일 개봉했다는 뉴스였는데요. 김초엽 작가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아끼는 분이라면, "소피,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할까"라는 첫 문장이 낯익으실 거예요.
그런데 제 눈길을 오래 붙잡은 건 줄거리가 아니라, 허평강 감독이 캐릭터 디자인을 맡은 위현송 씨에게 건넸다는 두 가지 주문이었습니다.
"너무 예쁘지 않을 것. 대신 그들의 결핍이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울 것."
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왜 마음이 움직였을까
저는 이 문장 앞에서 한참을 멈춰 있었습니다. 우리는 늘 '완벽함'을 기본값으로 두고 살아가니까요. 더 예뻐야 하고, 더 잘해야 하고, 결핍은 빨리 메워야 할 흠처럼 여겨집니다.
그런데 허 감독은 정반대를 택했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이 작품은 "핸디캡이 있는 유전자를 갖고 태어난 소녀들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감독은 완벽하진 않아도 사랑스러운 캐릭터를 원했다고 해요. 결핍을 가리지 않고, 오히려 오래 들여다볼수록 사랑스러워지는 얼굴로 그려낸 거죠.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떠올랐습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결국 사랑스러움은 완벽함이 아니라 시간의 문제라는 것. 이 애니메이션은 그 한 줄을 600컷의 연필 스케치로 옮긴 작업처럼 느껴졌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우리는 어떤 걱정을 안고 있을까
저는 압니다. 이런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리는 분들은, 사실 스스로의 결핍을 걱정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는 걸요. "내 부족함이 너무 잘 보이면 어떡하지", "이대로 괜찮을까" 하는 마음 말이에요.
화려한 기교가 늘 정답은 아니라는 점도 위로가 됩니다. 허 감독은 일본에서 거대 자본 기반의 하이퀄리티 필름을 주로 맡아 왔지만, 이렇게 말합니다.
"기교가 화려할수록 메시지가 심플하게 다가가지 않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작비가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도 연필로 그린 600컷의 러프 스케치라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수했고, 각색을 포함해 6년이라는 시간을 들였습니다. 빠르고 매끈한 것이 아니라, 느리고 손길이 닿은 것이 더 깊이 닿을 때가 있다는 거예요.
그 걱정 속에서도 붙잡을 단단한 지점
저는 이 작품에서 두 가지 단단한 지점을 발견했습니다.
- 결핍은 가릴 흠이 아니라 사랑스러움의 재료라는 것 — 소녀들의 부족함은 지워야 할 대상이 아니라, 오래 볼수록 마음이 가는 매력으로 그려집니다.
- 천천히, 손으로 쌓아 올린 시간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 — 6년의 아날로그 작업이 그 증거입니다.
원작 속 수신자에 머물렀던 소피가, 영화에서는 행성의 규칙에 의문을 품고 시초지로 향하는 적극적인 캐릭터로 바뀌었다는 점도 의미가 깊었어요. 결핍을 가진 존재가 가만히 있지 않고 스스로 길을 떠난다는 것. 우리에게도 그런 용기가 있다는 다정한 암시처럼 들립니다.
물론 뉴스에서도 인정하듯, 요즘의 미감과는 거리가 있어 호불호는 갈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에게 예쁠 필요는 없잖아요. 오래 보아 줄 단 한 사람에게 사랑스러우면 충분합니다.
결론
'오래 보아야 사랑스러운 소녀들의 결핍 이야기'는, 부족함을 안고 사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조용한 위로입니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 사랑스러울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천천히 쌓은 시간은 결국 마음에 닿는다는 것. 저는 그 두 가지를 오래 간직하고 싶습니다.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작은 다음 걸음을 적어 둡니다.
- 나의 결핍을 흠이 아닌 '재료'로 한 줄 적어 보기 — 가리고 싶던 부분을 사랑스러움의 출발점으로 바꿔 쓰는 연습입니다.
- 이번 주, 무언가를 '오래' 들여다보기 — 빠르게 판단하지 말고 천천히 보면 보이는 사랑스러움이 분명히 있습니다.
- 개봉한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를 직접 만나 보기 — 결핍을 다정하게 그려낸 600컷의 손길을, 내 눈으로 확인해 보세요.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습니다. 당신도, 그리고 저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