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요약
- 프랑스 배우 피에르 드니가 향년 69세로 지난 25일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어제(27일) 전해졌습니다. 갑작스러운 루게릭병(ALS) 진단 직후의 이별이었습니다.
- 그는 ‘에밀리, 파리에 가다’ 시즌 3·4에서 패션 기업 JVMA의 CEO 루이 드 레옹을 연기했고, 프랑스 연속극 ‘내일은 우리 것’에서 르노 뒤마즈 의사 역으로 500회 이상 출연했습니다.
- 오늘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은 ‘갑작스러움 앞에서도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이며, 동료 뤼스 무셸과 실비 바르탕의 추모 문장 속에 그 단서가 있습니다.

저는 이 소식을 어제 늦은 밤에 읽었습니다

저는 사실, 어제 늦은 밤에 이 기사를 처음 봤습니다. 한 줄짜리 헤드라인이 화면에 떴고, 저도 모르게 손이 멈췄습니다.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서 그 차갑고 단정한 표정의 CEO를 연기하던 사람. 화면 속에서는 그렇게 또렷하고 단단했던 사람이, 갑작스러운 루게릭병 진단을 받은 뒤 며칠 만에 세상을 떠났다고 했습니다.

향년 예순아홉. 숫자만 보면 짧지 않은 삶이지만, ‘갑작스러운 진단 후 별세’라는 한 문장이 그 숫자를 자꾸 흔들었습니다. 저는 그 문장을 두 번, 세 번 다시 읽었습니다.

우리 모두 그런 순간이 있습니다. 누군가의 부고를 보고, 그 사람을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마음 한쪽이 푹 꺼지는 순간. 저에게는 어제 밤이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비슷한 마음으로 이 글을 검색하셨을 당신께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는, 저처럼 시리즈를 좋아해서 검색해보신 분도 있을 거고, 부모님이나 가까운 분이 비슷한 진단을 받았던 기억 때문에 들어오신 분도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루게릭병’이라는 단어를 보고 마음이 무거워지신 분이 있을 것 같습니다.

  • ‘우리 가족도 비슷한 진단을 받으면 어떡하지’
  • ‘이렇게 갑자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게 무섭다’
  •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그 시간을 버틸까’

저도 어제, 비슷한 결의 생각들을 한참 했습니다. 괜찮을까, 라는 단어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우리 마음이 약해서가 아니라, 그 소식이 ‘갑작스럽다’는 단어 하나로 우리 일상의 안전감을 흔들기 때문이라고 저는 느꼈습니다.

조금만 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부고 기사를 볼 때마다 ‘오늘 내가 무심코 보낸 하루’가 떠오르곤 합니다. 평범했던 어제와 오늘 사이 어딘가에서, 누군가는 인생을 마무리하는 문장을 듣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

그 마음 속에서도,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

그래도 저는, 이 부고 기사를 끝까지 다 읽고 난 뒤 마음이 아주 조금은 가라앉았습니다.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이 곧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걸 느꼈기 때문입니다.

기사에 실린 두 사람의 말이 자꾸 마음에 남았습니다.

“10여 년의 삶을 함께 나눴는데 이렇게 빨리, 가혹하게 끝나서는 안 됐다.” — 동료 배우 뤼스 무셸

“관대한 배우이자 섬세하고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 가수 겸 배우 실비 바르탕

저는 이 두 문장을 여러 번 다시 읽었습니다. 한쪽은 ‘이렇게 끝나서는 안 됐다’는 분노에 가까운 슬픔이고, 다른 한쪽은 ‘관대하고 섬세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따뜻한 묘사입니다.

이상하게도, 이 두 가지가 함께 있어야 사람을 제대로 기억하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 일찍 떠나서 화가 난다는 감정, 그리고 그 사람의 결을 잊지 않겠다는 다짐. 둘 중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작스러운 일 앞에서, 우리가 일상에서 해볼 수 있는 작은 것들

이 글을 쓰면서도, 저는 의학적인 조언을 드릴 자격은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거창한 건강 정보 대신, 저 스스로에게 다시 묻고 싶었던 작은 것들만 적어두려 합니다.

  • 오늘, 평소보다 한 명에게 더 안부 묻기. 짧은 문자 한 줄이면 충분합니다. 피에르 드니의 동료들은 ‘10여 년을 함께 나눴다’는 표현을 썼는데, 그 10여 년도 결국은 ‘오늘 하루의 안부’가 모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갑자기 아프면 어쩌지’라는 두려움을 비난하지 않기. 그 두려움은 우리가 사랑하는 게 많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 마음을 외면하지 않고, 다만 그 자리에 잠시 앉혀두려고 합니다.
  • 좋아하는 작품 속 인물을 한 번 더 기억하기. 시즌 3·4의 루이 드 레옹 CEO 장면을 다시 꺼내 보는 것, 그것도 작은 추모의 한 방식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갑작스러움’이라는 단어 앞에서

저는 솔직히, ‘루게릭병’이라는 단어 자체가 어떤 분들에게는 검색하기조차 무거운 단어라는 걸 압니다. 우리 손은 그 단어를 검색창에 입력하는 순간에도 한 박자 머뭇거립니다.

피에르 드니의 유족이 낸 성명에는 ‘갑작스럽고 심각한 진단’이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저는 이 ‘갑작스러움’이라는 단어를 한참 들여다봤습니다. 인생의 많은 일이 사실은 우리가 준비한 만큼이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채로 우리 곁에 도착한다는 것을 인정하는 단어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글을 읽고 계신 당신께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지금 마음이 조금 무거우셔도, 그 무게는 당신이 사람을 잘 사랑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모르는 외국 배우의 부고에 마음이 흔들리는 사람은, 결국 옆 사람의 작은 표정에도 마음이 가는 사람입니다.

오늘 하루는 그 마음을, 비난하지 말고 그대로 두셔도 괜찮습니다.

결론

‘에밀리, 파리에 가다’의 피에르 드니가 향년 69세로 우리 곁을 떠났다는 소식은, 단순한 해외 연예 뉴스가 아니라 ‘갑작스러움’이라는 단어 앞에서 우리가 어떻게 사람을 기억할 것인가를 다시 묻는 문장이라고 저는 느낍니다. 동료 뤼스 무셸의 ‘10여 년’이라는 시간, 실비 바르탕의 ‘관대하고 섬세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묘사가, 오늘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가장 단단한 지점입니다.

오늘 하루 동안 시도해보실 수 있는 작은 다음 단계를 정리해두겠습니다.

  • 오늘 안부 한 통: 마음에 떠오른 가족·친구 한 명에게 길지 않아도 좋으니 짧은 메시지 보내기.
  • ‘갑작스러움’이라는 단어와 화해하기: 두려움을 억누르지 말고, 그 감정에 ‘너는 내가 사람을 사랑한다는 증거다’라고 한 줄로 적어두기.
  • 추모의 작은 방식 한 가지: 좋아했던 작품 속 그의 장면을 다시 보거나, 오늘 본 이 기사에서 가장 마음에 남은 한 문장을 메모장에 옮겨 적어두기.

오늘 하루, 당신의 마음이 너무 차갑지 않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함께 이 부고를 한 번 더 천천히 읽어준 것만으로도, 저는 그게 작은 위로의 시작이라고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