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파산 전문 변호사 박기태가 쓴 '청년 파산'(메디치·352쪽·2만2000원)은 묵직한 통계 하나로 시작한다. 2023년 개인회생 신청자의 47%가 2030 청년이다. 저자의 법정 경험과도 맞물린다. 10여 년간 그가 대리한 의뢰인은 사업에 실패한 4050 가장과 병원비를 감당 못 한 노년층이었는데, 2020년 무렵부터 앳된 청년 의뢰인이 늘기 시작했다.
지금 통념은 무엇이고, 정말 맞는가
청년 파산을 개별 사례로만 접하면 결론은 쉽게 한쪽으로 쏠린다. 학자금 대출, 전세 사기, 코인·주식 투자 실패로 무너진 청년들을 보며 '개인의 일탈이나 도덕적 해이'로 돌리는 통념이다.
저자는 이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현재 2030세대는 자산이 감소하는 유일한 세대이며, 이들의 불안을 겨냥한 '부채의 사슬' 설계자가 따로 있다는 진단이다. 근거로 제시되는 숫자가 날카롭다.
- PIR(소득 대비 주택가격 배율): 서울 기준 2015년 전후 약 8년에서 2024년 14.8년으로, 10년 만에 두 배.
- 지난 10년(2014~2023) 20대 가구주 소득 증가율은 21%, 같은 기간 물가 누적 상승률은 약 20%. 그 사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두 배로 뛰었다.
열심히 일해도 자산이 줄어드는 구조라는 진단은 설득력이 있다.
모두가 놓치는 맹점 — 진단이 옳아도 처방은 별개다
다만 회의적으로 따져봐야 할 지점이 있다. 구조가 원인이라는 진단이 곧 '안전그물 확대'라는 처방의 정당성을 자동 보증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는 회생·파산 제도를 시혜가 아닌 자본주의의 안전그물로 본다. 대출 이자의 본질은 보험료이며, 은행이 100명에게 빌려주면 5명 안팎의 파산을 통계적으로 미리 받아둔 것이라는 해석이다. 논리적으로 매끄럽다. 하지만 바로 여기에 함정이 있다. 보험료가 5명분의 파산을 전제로 책정됐다면, 안전그물을 성기지 않게 촘촘히 짤수록 그 비용은 다시 이자라는 형태로 전체 차입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크다. 청년을 구하려는 그물이 다음 세대 청년의 조달 비용을 높이는 역설이다.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잃을 수 있는 것
진짜 의심해야 할 리스크는 책이 적게 다루는 쪽에 있다.
- 도덕적 해이 리스크: 리딩방 투자 사기처럼 자기 결정이 개입된 손실과, 전세 사기처럼 일방적으로 떠안은 채무를 한 그물로 묶으면 제도 신뢰가 흔들린다. 책 속 신혼부부는 집주인이 수십억 원 체납 세금을 남기고 숨져 채무를 떠안았다. 이런 피해자와 투기 실패를 동일선상에 두는 순간 안전그물의 정당성 자체가 공격받는다.
- 2차 피해 리스크: 금융 거래가 막힌 일부 청년은 '한국인 명의 신분증'을 노린 글로벌 범죄 조직의 표적이 된다. 지난해 7월 고수익 해외 취업에 속아 캄보디아에서 감금됐다 숨진 채 발견된 22세 대학생이 그 끝을 보여준다. 파산 이후의 공백이 더 큰 위험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책의 미덕은 '구조'를 본 데 있다. 회의적 독자가 더 봐야 할 것은 그 구조 진단과 제도 처방 사이의 빈칸이다. 안전그물을 촘촘히 한다는 말이 누구의 비용으로, 어떤 도덕적 해이 통제 장치와 함께 가는지를 따로 묻지 않으면, 진단의 설득력에 처방이 무임승차한다.
결론
'청년 파산'은 2030 개인회생 47%라는 숫자로 통념을 흔드는 데 성공한다. 다만 구조가 원인이라는 진단과 '성긴 안전그물을 촘촘히'라는 처방은 별개의 검증을 요구한다. 독자가 바로 할 수 있는 다음 단계는 다음과 같다.
- 사례를 분리해 읽기: 책 속 청년들을 전세 사기형 피해와 투자 실패형 손실로 나눠, 어느 쪽에 제도가 더 필요한지 스스로 구분해본다.
- 숫자의 출처 확인: PIR 14.8년, 소득 증가율 21% 같은 지표를 책 밖 원자료로 한 번 더 대조해 진단의 근거를 검증한다.
- 처방의 비용 묻기: '안전그물 강화'를 주장할 때 그 재원과 도덕적 해이 통제 장치가 함께 제시됐는지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