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소식을 봤을 때, 저는 잠시 멈췄습니다
아침에 뉴스를 넘기다 한 줄에 시선이 머물렀습니다. 일본 고치현에 안중근 의사를 기리는 기념석비가 세워졌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한일 관계 뉴스를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조금 긴장되곤 합니다. 좋은 이야기보다 부딪치는 이야기가 더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이번엔 달랐습니다. 6일 고치현 고난시 구로시오 호텔 부지에 석비가 건립됐고, 7일 안중근의사숭모회가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석비 전면에는 안 의사가 평생 추구한 가치, 한일우호 동양평화(韓日友好 東洋平和) 여덟 글자가 새겨졌습니다.
그 여덟 글자를 떠올리니, 이상하게도 마음이 조금 놓였습니다.
비슷한 마음으로 걱정하시는 분들께
요즘 한일 관계를 지켜보는 많은 분들이 비슷한 걱정을 안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 "이렇게 가다 또 사이가 나빠지면 어쩌나" 하는 걱정
- "결국 우리 역사는 잊히는 것 아닐까" 하는 불안
- "이런 행사가 정말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회의
저도 그 마음을 압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어나는 일에 일일이 마음을 쓰는 게 괜찮을까, 스스로에게 묻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석비 이야기에는 제 걱정을 가만히 눌러주는 단단한 지점이 있었습니다.
걱정 속에서 붙잡을 수 있었던 단단한 지점
기억하는 사람은 우리만이 아니었습니다
석비는 한국이 아니라 일본 땅에, 그것도 고치일한근대사연구회라는 일본 측 단체의 주관으로 세워졌습니다.
제막식에는 김황식 숭모회 이사장을 비롯한 한국 측 관계자 30여 명, 그리고 니시모리 시오조 전 고치현의회 의장 등 일본 측 인사가 함께 자리했습니다. 미워하기만 한 게 아니라, 기억하려는 사람들이 양쪽에 있었던 것입니다.
이름으로 남은 인연
석비 기단석에는 안 의사가 뤼순감옥 수감과 재판 과정에서 인연을 맺은 고치현 출신 인사 7명의 이름이 새겨졌습니다.
백 년이 넘는 시간을 건너, 그 인연이 이름으로 남아 돌에 새겨졌다는 사실. 저는 이 대목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작은 인연도 끝내 사라지지 않는구나, 싶었습니다.
숭모회는 이번 석비가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 사상과 인류공영의 정신을 널리 알리고, 미래 세대에게 한일 간 화해와 협력의 중요성을 전하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네 번째라는 숫자의 무게
일본 내에서 안 의사를 기리는 석비는 미야기현 대림사와 청운사 등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입니다.
하나가 아니라 넷. 이 숫자는 단발성 행사가 아니라, 차곡차곡 쌓여온 시간이라는 뜻입니다. 걱정이 많은 날일수록, 저는 이런 '쌓여온 것들'을 떠올리려 합니다.
결론: 멀리 있는 듯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
이 소식이 모든 걱정을 한 번에 풀어주지는 않습니다. 다만 화해와 협력이라는 가치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증거 하나는 분명히 손에 쥐여줍니다.
오늘 당장 해볼 수 있는 일을 정리해 봅니다.
- 사실부터 차분히 확인하기: 자극적인 헤드라인에 휩쓸리기 전에, 6일 건립·7일 발표 같은 기본 사실을 먼저 짚어보세요.
- '기억하는 사람들'에 주목하기: 한일 양측이 함께한 이번 제막식처럼, 갈등 뉴스 속에서도 협력의 장면을 일부러 찾아보세요.
- 내 자리에서 한 줄 남기기: 동양평화라는 가치에 마음이 닿았다면, 가까운 이에게 이 소식을 짧게 전해보세요. 기억은 그렇게 이어집니다.
괜찮습니다. 멀리 있는 일처럼 보여도, 우리가 기억하는 한 그 마음은 사라지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