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이름을 밝히긴 이른 프로젝트가 하나 있다. 세상에 내놓기 전이라 자세히는 적지 못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만난 한 장면만큼은 남겨 두고 싶다.

여기저기 흩어진 오래된 정보를 한곳에 모으는 일을 하고 있었다. 코드는 내 컴퓨터 안에서 더없이 얌전했다. 가짜 데이터로는 모든 게 깔끔하게 들어맞았고, 테스트도 초록불이었다. 그래서 자신 있게 진짜 데이터를 처음으로 흘려보냈다.

화면 가득, 깨진 글자가 쏟아졌다.

멀쩡한 한글이어야 할 자리에 알아볼 수 없는 기호들이 박혀 있었다. 오래된 곳의 데이터는 요즘과 다른 방식으로 글자를 저장하고 있었고, 내 코드는 세상이 늘 자기처럼 최신일 거라 믿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맨 앞 줄 하나가 매번 조용히 사라지고 있었다. 작게 시작된 어긋남이 끝에서 큰 구멍이 되어 있었다.

로컬에서 완벽하다는 건, 아직 진짜 세상을 한 번도 안 만나봤다는 뜻일 때가 많다.

깨진 글자를 하나씩 되돌리고, 사라진 첫 줄을 되찾는 작업은 화려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티 안 나는, 그러나 안 하면 전부가 무너지는 종류의 일이었다. 진짜 데이터는 늘 내 상상보다 지저분하고, 그 지저분함을 견디는 코드만이 실제로 쓸모가 있다.

이 프로젝트는 아직 진행 중이다. 그래서 결말은 여기 적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건, 처음 데이터를 흘려본 그날이 없었다면 이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조차 몰랐을 거라는 점이다. 깨진 글자들은 짜증이었지만, 동시에 가장 정직한 첫인사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