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에 찍힌 날짜가 하루 어긋나 있었다. 그것도 자정 무렵에만.
낮에는 멀쩡했다. 그런데 밤이 깊어 날짜가 바뀔 즈음이 되면, 분명 오늘 만든 기록이 어제 것으로 표시됐다. 처음엔 눈을 의심했고, 다음엔 데이터를 의심했다. 저장된 값을 직접 열어 보면 숫자는 정확했다. 틀린 건 저장된 값이 아니라, 그 값을 화면이 읽는 방식이었다.
시간이라는 건 생각보다 까다로운 손님이다. 저장할 때 쓰는 언어와 보여 줄 때 쓰는 언어가 다르면, 그 사이 어딘가에서 한 시간, 혹은 하루가 슬그머니 사라진다. 우리가 사는 시간대와, 기계가 기본으로 셈하는 시간대가 어긋나 있었던 것이다. 그 틈이 하필 자정 부근에서 가장 크게 벌어졌다.
시간은 '저장'과 '표시'가 서로 다른 언어다. 둘을 같은 말이라 믿는 순간 하루가 증발한다.
고치는 일 자체는 단순했다. 저장은 그대로 두고, 보여 주는 순간에만 우리 시간으로 옮겨 주면 됐다. 저장된 진실은 멀쩡했으니 건드릴 필요가 없었다. 손대야 할 곳은 눈에 보이는 마지막 한 뼘뿐이었다.
이상하게도 이 작은 버그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가장 당연하다고 여기는 것 — 오늘이 며칠인지 — 조차, 누가 어느 자리에서 세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겸손하게 만들었다. 그날 이후로 날짜를 다룰 때면 한 번 더 묻게 된다. "이건 누구의 시간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