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여 자리를 하나 마련했는데, 한참 동안 그 자리가 텅 비어 있었다.

앱 안에 무언가가 들어올 자리를 만들어 두었다. 설계대로라면 그곳은 곧 채워져야 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빈 채였다. 당연히 내 코드를 의심했다. 자리를 잘못 잡았나, 신호를 잘못 보냈나, 같은 곳을 몇 번이고 다시 들여다봤다. 코드에는 잘못이 없었다.

진짜 이유는 기술이 아니라 시간이었다. 새로 만든 자리는, 바깥세상이 그 자리를 신뢰하기까지 얼마간 비어 있는 게 정상이었다. 갓 태어난 것에는 아직 쌓인 기록이 없고, 기록이 없으면 아무도 선뜻 그 자리를 채워 주지 않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제대로 만들어 두고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만든다고 즉시 채워지지 않는다. 어떤 빈자리는 코드가 아니라 시간이 메운다.

조급함은 종종 멀쩡한 걸 망가뜨린다. 비어 있는 자리를 못 견뎌 이리저리 손대다 보면, 멀쩡했던 설계까지 흔들린다. 그때 내가 한 가장 잘한 일은, 아무것도 더 하지 않고 며칠을 그냥 둔 것이었다. 며칠 뒤, 자리는 조용히 채워지기 시작했다.

개발은 만드는 일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점점 기다리는 일이기도 하다는 걸 알게 된다. 무엇을 만들지 정하는 것만큼, 언제 손을 떼고 기다릴지를 아는 것도 실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