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포의 작동 원리는 오래 연구됐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그중 하나가 세포 안의 속 빈 단백질 껍질인 ‘볼트 입자’다. 1986년 발견된 뒤 여러 기능이 제안됐지만, 무엇을 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Anthropic은 Claude를 연구 과정에 활용해 박테리오파지에서 볼트와 비슷한 입자를 찾아 구조를 분석했지만, 그 기능은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볼트 입자
볼트는 포유류를 포함한 복잡한 세포를 가진 생물에서 발견되는 큰 단백질 복합체다. 사람의 볼트 껍질은 주요 볼트 단백질 78개가 모여 두 개의 대칭적인 반쪽을 이룬다. 전자현미경에서 보이는 골이 진 모양이 성당의 아치형 천장을 떠올리게 해 ‘볼트’라는 이름이 붙었다.
점균류부터 사람까지 진핵생물 전반에 볼트가 분포한다는 사실은 생물학적으로 어떤 역할이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분자를 세포핵과 세포질 사이로 운반하거나, 항암제 같은 독성 물질로부터 세포를 보호하거나, 선천면역을 돕는다는 가설이 제시됐다. 하지만 어느 것도 결정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볼트가 없는 쥐도 살아남는다는 연구 결과는 이 입자가 특정 환경에서만 필요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박테리아와 바이러스에서 찾은 단서
연구진은 약 150억 개의 예측 단백질 데이터베이스에서 볼트 단백질의 친척을 탐색했다. 관련 단백질은 세균의 29개 주요 문과 고세균의 4개 주요 문에서 발견됐지만, 유전체가 분석된 종 가운데 1% 미만에만 존재했다. 단백질 후보 44개를 세포 없는 시스템에서 시험한 뒤, 유망한 후보를 대장균에서 만들었다. 이 가운데 24개 중 15개가 물에 녹는 형태로 생성됐다.
전자현미경 관찰 결과, 시험한 단백질 15개 중 7개가 볼트와 비슷한 입자를 만들었다. 그중 4개의 입자는 극저온 전자현미경 분석에서 볼트 형태가 확인됐다. 세균 유래 두 종류와 박테리오파지 유래 두 종류였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이며, 이번 구조 분석에는 완전히 닫힌 입자를 잘 만드는 파지 단백질 L05가 선택됐다.
파지 볼트의 크기와 조립 방식
L05로 만든 파지 볼트는 단백질 96개로 구성되며, 각 반쪽에 48개가 들어간다. 전체 질량은 약 9.5메가달톤이다. 포유류 볼트의 반쪽당 단백질 39개와 비교하면 더 많은 단백질이 조립된 구조다. 파지 볼트는 길이 약 54나노미터, 너비 45나노미터로, 포유류 볼트의 67×40나노미터보다 짧고 넓다. 더 둥근 모양이라 내부 부피는 약 25% 더 크다.
파지 볼트 벽은 단백질의 반복 구간 7개가 이어져 만들어지며, 포유류 볼트의 9개보다 적다. 끝부분의 덮개는 세 단계로 좁아져 봉우리에서 닫힌다. 서로 이웃한 단백질 세 개는 벽에서는 같은 모양을 유지하지만, 덮개에 이르면 각기 다른 형태를 취한다. 연구진은 단백질 접촉 부위를 바꾼 변형체 15개도 만들었고, 덮개 부근의 일부 단일 변형은 껍질을 닫히지 못하게 해 장미꽃 모양의 열린 입자를 만들었다.
더 큰 껍질과 미지의 분자
연구진은 반복 구간 두 개를 복제해 단백질의 구간 수를 7개에서 9개로 늘렸다. 포유류 볼트와 같은 수가 된 이 단백질도 조립에 성공했고, 만들어진 입자의 내부 부피는 약 20% 커졌다. 이는 반복 구간의 복제가 조립을 깨뜨리지 않으면서 볼트 크기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구조 지도에는 단백질 96개 각각의 중간 부분에 작은 분자가 들어가는 주머니가 보였다. 그 분자는 뚜렷하게 관찰됐지만 아직 정체를 확인하지 못했다. Claude는 모양이 세포 안에서 화학기를 운반하는 보조 분자 코엔자임 A와 비슷하다고 짚었다. 실제로 코엔자임 A이거나 유사한 분자라면 볼트의 기능을 추적할 실마리가 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가능성에 그친다.
Claude와 함께한 연구 과정
Anthropic은 Claude를 활용해 단백질 데이터베이스 검색, DNA 설계, 단백질 입자 분리법 개선, 현미경 데이터 처리 등을 진행했다. 기존에는 당 농도가 점점 높아지는 용액에서 입자를 분리하는 데 약 3일이 걸렸지만, 크기 배제 크로마토그래피를 최적화해 세포에서 현미경 관찰용 시료까지 약 90분으로 줄였다. 첫 구조 모델은 처리 시작 후 34시간 만에 마련됐으며, 최종 지도는 약 일주일 뒤 완성됐다.
과정은 매끄럽기만 하지는 않았다. Claude가 작성한 배양 절차에 DNA를 세포에 넣기 어렵게 하는 첨가제가 포함돼 연구가 2주 늦어졌다. 초기 구조 처리에서는 표준 단계를 건너뛰어 거울상 구조가 섞인 잘못된 지도가 만들어졌다. 연구진은 이런 오류를 직접 바로잡았고, 실험 기록을 모델 개발 연구자들과 공유해 후속 개선에 반영했다.
정리
이번 연구는 세균과 박테리오파지의 단백질도 완전한 볼트형 입자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주고, 그중 하나의 구조를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입자는 아직 자연 상태의 세균이나 파지에서 확인되지 않았고, 생물학적 기능도 밝혀지지 않았다. Claude는 탐색과 분석 시간을 줄이는 데 기여했지만, 연구자의 판단과 오류 검토가 필요했다. 볼트가 무엇을 담거나 어떤 조건에서 작동하는지는 앞으로 풀어야 할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