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한참을 가만히 있었습니다. ‘수영장 연작’으로 우리에게 익숙한 영국 현대미술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가 별세했다는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향년 89세. 그의 홍보 담당자는 12일(현지 시간) “호크니가 영국 런던 자택에서 생일을 한 달 앞두고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생일을 한 달 앞두고, 라는 그 한 줄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처음 그 소식을 봤을 때, 저는 왜 이렇게 허전했을까요
솔직히 저는 미술 전공자도, 대단한 컬렉터도 아닙니다. 그저 푸른 수영장과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의 그 시원한 물보라를 어디선가 본 적 있는 보통 사람일 뿐입니다.
그런데도 누군가 한 시대를 함께 채워준 사람이 떠나면, 이상하게 제 일상의 한 귀퉁이도 같이 비는 듯합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비슷한 마음일지 모르겠습니다.
호크니는 1937년 영국 북부 브래드퍼드에서 태어나, 런던 왕립예술대 졸업 후 30대부터 영국 팝아트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습니다. 팝아트란 대중문화와 일상의 이미지를 예술로 끌어온 흐름을 말합니다. 그는 1960년대부터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지내며 수영장, 야자수, 햇살을 자신의 화폭에 담았습니다.
비슷한 마음의 사람들은, 지금 어떤 걱정을 하고 있을까요
이런 부고를 마주할 때 우리가 속으로 삼키는 걱정은 닮아 있습니다.
- “나는 무언가를 충분히 남기고 있는 걸까” 하는 조바심
- “이 나이까지 이렇게 일해도 괜찮을까” 하는 불안
- 좋아하던 무언가가 하나둘 사라지는 데서 오는 쓸쓸함
저도 그렇습니다. 괜찮을까, 이대로 흘러가도 괜찮을까. 그런 물음 앞에서 호크니가 남긴 한마디가 작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세상을 아름답고, 짜릿하며, 신비로운 곳으로 바라본다면 당신은 언제나 진정으로 살아있음을 느낄 것이다.”
그 걱정 속에서도,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단단한 지점
저는 호크니가 스스로를 거장이 아니라 ‘지치지 않고 일하는 노동자’로 여겼다는 대목에서 마음을 놓았습니다. 그가 남긴 사실들이 그 증거입니다.
- 그림·사진·스케치 약 2000점을 남겼습니다
- 2018년 ‘예술가의 초상, 두 사람이 있는 수영장’은 9030만 달러(약 1373억 원)에 낙찰돼 당시 생존 작가 회화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습니다
- 같은 해 아이패드로 디자인한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 헌정했습니다
- 마지막 대규모 회고전은 2025년 프랑스 파리 루이뷔통재단 미술관에서 열렸습니다
89세까지 팩스, 컬러복사기, 아이패드까지 끌어안으며 그린 사람. 저는 여기서 위로를 받습니다. 우리가 붙잡을 단단한 지점은 결국 ‘오늘 내 손으로 하는 작은 일’이라는 사실입니다.
호크니는 “물웅덩이에 비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고, 그것을 그림으로 남기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이라고 했습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눈앞의 사소한 장면에 마음을 두는 일, 그것이 살아있음의 증거였습니다.
결론: 작별 앞에서, 오늘의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수영장 연작’ 현대미술 거장 英 호크니 별세 소식은 슬프지만, 그가 89세까지 보여준 태도는 우리에게 따뜻한 숙제를 남깁니다. 거장도 스스로를 ‘노동자’라 불렀다는 사실은, 평범한 우리의 하루도 충분히 값지다는 위로입니다.
오늘 바로 해볼 수 있는 세 가지를 권합니다.
- 호크니의 그림 한 점 찾아보기: ‘더 큰 첨벙’이나 ‘수영장’ 연작을 천천히 들여다보며 그가 사랑한 햇살을 느껴보세요.
- 오늘의 작은 장면 한 컷 남기기: 사진이든 메모든, 비 오는 웅덩이 같은 사소한 순간을 기록해 보세요.
- ‘괜찮을까’를 ‘오늘 하나만’으로 바꾸기: 멀리 보며 불안해하기보다, 지금 손에 잡히는 일 하나에 마음을 두는 연습을 해보세요.
거장은 떠났지만, 세상을 신비롭게 바라보던 그 시선은 우리 곁에 남아 있습니다. 그 시선을 잠시 빌려 오늘을 살아본다면, 우리도 조금은 더 살아있음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