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이 민간의 '킥스(KICS)'를 본뜬 형사사법포털 구축에 나섰다. 행정 전산화라는 작은 제도 변화처럼 보이지만, 데이터 인프라 투자라는 거시 흐름 위에 놓고 보면 의미가 다르다. 차분히 현황과 원인, 전망을 짚는다.

현황: 시행령 개정으로 시작된 군사법 전산화

국방부는 최근 '군에서의 형의 집행 및 군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핵심은 국방부 장관에게 군사법정보시스템 구축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여기서 군사법정보시스템이란 군사법절차에 필요한 자료와 정보의 처리·기록·관리를 지원하는 정보체계를 뜻한다.

대상 기관은 국방부 조사본부, 국방부검찰단, 중앙지역군사법원, 국군교도소 등 군 형사사법기관이다. 국방부는 "신속하고 공정한 군사법절차 이행에 필요한 각종 자료와 정보의 효율적 처리"를 위해 정보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국민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군사법 서비스 포털을 만들겠다고 설명했다.

비교 기준이 되는 민간 모델은 킥스(KICS, Korea Information System of Criminal Justice Services)다. 법원·법무부·검찰·경찰·해양경찰청이 수사·기소·재판에서 생긴 정보와 문서를 전산망으로 공유·관리하는 통합시스템이다. 사건관계인은 형사사법포털을 통해 형사 민원을 처리한다.

원인: 왜 지금 군이 전산화에 나서나

거시적으로 보면 이 흐름은 세 가지 요인이 겹친 결과다.

  • 제도 정합성 압력: 민간은 이미 통합 전산망 위에서 작동하는데 군은 수기(手記) 업무가 남아 있다. 국방부 스스로 "수기 형식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군 외 형사사법기관과 연계하겠다고 밝혔다. 민·군 간 정보 격차 해소가 직접적 동인이다.
  • 법령상 근거 확보: 시스템을 만들려면 예산과 권한의 법적 토대가 필요하다. 이번 개정안은 군검찰·군사법원 간 행정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법령상 근거를 마련하는 성격이 강하다.
  • 차세대 기술 사이클: 민간 형사사법 분야는 이미 AI 단계로 넘어갔다. 법무부·검찰·경찰·해양경찰청은 2024년, AI로 범죄사실·죄명을 분석해 유사 사건 조서와 판결문을 추천하고, 음성을 문자로 자동 전환해 조서를 작성하는 차세대 킥스를 개발했다. 군의 이번 시동은 이 기술 사이클을 뒤따르는 후행 투자로 읽힌다.

전망: 어디로 흐를 가능성이 큰가

과거 민간 킥스의 경로를 참고 사례로 삼으면 흐름을 가늠할 수 있다. 민간은 전산망 통합 이후 형사사법포털을 통한 민원 서비스, 그리고 2024년 AI 기능 탑재라는 단계를 밟았다.

군의 전망도 유사한 순서를 그릴 공산이 크다.

  • 1단계 — 정보 교환 체계: 국방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근거로 군사법원과 군 수사기관 간 전산 정보를 교환하는 체계 구축에 나설 전망이다. 수사기록물 등 형사사건 정보의 전산 공유가 우선 목표다.
  • 2단계 — 서비스 포털: 민간처럼 사건관계인이 접근하는 군사법 서비스 포털로 확장될 여지가 있다. 다만 군 정보의 보안 특성상 공개 범위는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현 단계는 시행령 '입법 예고'다. 실제 시스템 구축·예산·일정은 아직 확정 사실이 아니므로, 가능성으로만 해석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실무 관점의 해석: 군과 민간 형사사법기관을 잇는 연계 지점이 새로 생긴다는 점이 핵심 시사점이다. 군·민 데이터 표준과 연계 규격을 따라가야 하는 법률대리인·관련 실무자라면, 향후 정보 교환 절차의 변화 가능성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유리하다.

결론

이번 이슈는 민간 킥스를 모델로 한 군사법행정 전산화의 첫 제도적 출발점이다. 시행령 개정으로 국방부 장관에게 군사법정보시스템 구축 의무가 부과되며, 군 형사사법기관 간 정보 공유와 민·군 연계의 법적 토대가 마련되는 단계다.

독자가 지금 할 수 있는 다음 단계는 다음과 같다.

  • 입법 예고 원문 확인: 시행령 개정안의 적용 범위와 의무 조항을 직접 검토한다.
  • 민간 킥스 구조 학습: 형사사법포털의 정보 공유·민원 처리 흐름을 파악해 군 체계의 향후 방향을 예측한다.
  • 연계 변화 모니터링: 군·민 형사사법기관 간 정보 교환 절차가 실제 구축으로 이어지는지 후속 발표를 추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