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아침, 이 소식 하나에 한참을 머물렀습니다.
95세 노병이 비행기를 타고 다시 한국 땅을 밟는다는 이야기. 그 옆에 손주뻘 후손들이 합창단을 꾸려 함께 온다는 이야기. 저는 그 장면을 떠올리는 것만으로 마음 한쪽이 따뜻해졌습니다.
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저는 이런 마음이었습니다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테스파예 아스마마우 옹(95)과 후손 34명으로 구성된 ‘강뉴합창단’이 오늘 22일부터 다음 달 27일까지 36일간 한국에 머뭅니다. 사단법인 따뜻한하루가 초청했고, LG가 항공권과 숙박비 등 방한 비용 전액을 지원합니다.
‘강뉴(Kagnew)’는 6·25전쟁 당시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지상군을 보낸 에티오피아군 부대명입니다. 뜻은 ‘적을 파괴하는 자’입니다.
저는 이 이름의 무게를 생각했습니다. 최정예 황실근위대 6000여 명이 강원 화천과 철원 최전선에서 싸웠고, 뉴스에 따르면 253전 253승이라는 백전백승을 기록하며 단 한 명의 포로도 남기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과정에서 122명이 전사하고 536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아스마마우 옹은 1953년 4월부터 1년간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먼 나라의 청년들이 이름도 낯선 땅을 위해 그렇게 싸웠다는 사실. 저는 그게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우리는, 어떤 걱정을 안고 살까요
솔직히 저는 가끔 이런 걱정을 합니다. 시간이 지나면 다 잊히는 게 아닐까. 누군가의 희생이 ‘옛날이야기’로만 남으면 어쩌나. 이게 다 괜찮을까.
특히 도움을 주고받는 일 앞에서 우리는 종종 머뭇거립니다. 내가 베푼 게 의미가 있었을까, 그 마음이 잘 전해졌을까 하는 걱정 말입니다.
그런데 이 합창단 안에 그 답이 들어 있었습니다.
후손 단원 아멘 부카예후 양(11)은, 2024년 한국 민간단체의 도움으로 심장병 수술을 받아 새 생명을 얻은 마흐릭 부카예후의 친동생이라고 합니다.
한 아이를 살린 손길이, 그 가족을 노래로 다시 한국에 데려온 셈입니다. 베푼 마음은 사라지지 않고 돌아오고 있었습니다.
그 걱정 속에서도 붙잡을 단단한 지점
저는 이 일정표에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시간들이라서요.
- 6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제보훈·평화프로젝트 음악회
- 6월 25일: 경기 수원 6·25전쟁 76주년 기념식, 그리고 잠실야구장 LG 트윈스-삼성 라이온즈 경기에서 애국가 제창
- 6월 30일: 한-에티오피아 대학생 교류 행사 발대식과 2박 3일 전적지 탐방
- 이후 수원 화성 견학과 태권도 수련 등 한국의 문화 체험
- 다음 달 27일: 유엔군 참전의 날 기념 공연으로 마무리
야구장에서 울려 퍼질 애국가를, 저는 꼭 한 번 들어보고 싶습니다. 75년 전의 헌신과 오늘의 박수가 같은 자리에서 만나는 순간이니까요.
권오을 보훈부 장관은 이렇게 말합니다.
“75년 전 강뉴부대 영웅들의 희생은 오늘날 우리가 누리는 자유와 평화의 초석이다.”
저는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태고 싶습니다. 기억은 거대한 사업이 아니라, 작은 참여로 이어진다는 것. 그것이 제가 오늘 붙잡은 단단한 지점입니다.
결론
먼 나라의 노병과 그 후손들이 노래로 우리를 찾아왔습니다. 한 아이를 살린 마음이 합창이 되어 돌아온 이 이야기는, 내 작은 선의가 괜찮을까 걱정하는 우리에게 분명한 답을 줍니다.
오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적어둡니다.
- 6월 25일을 기억하기: 그날 잠실야구장 애국가나 수원 기념식 소식을 가족과 한 줄이라도 나눠보기
- 가까운 보훈 활동 찾아보기: 국가보훈부의 참전용사 관련 행사·후원 정보를 한 번 검색해보기
- ‘강뉴’라는 이름 한 번 더 떠올리기: 아이에게, 친구에게 이 36일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만으로도 기억은 이어집니다
저는 믿습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한, 그 노래는 끝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