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히 보면 이번 사안의 핵심은 하나다. 하청 직원의 휴게공간을 마련해 준 호의가 원청을 ‘진짜 사장’으로 끌어내리는 근거가 되고 있다. 시장의 비용 구조와 노사 교섭 지형이 동시에 흔들리는 국면이다.
현황: 시행 100일, ‘사용자성’이 예상 밖 의제로 확산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은 원청이 하청 노동조합과 직접 교섭할 의무를 ‘실질적 지배력’이 인정될 때 부담하도록 했다. 시행 100일을 넘긴 지금, 그 지배력의 인정 근거가 산업 안전을 넘어 예상치 못한 영역으로 번지고 있다.
22일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실에 따르면 코레일은 하청 직원 휴게공간을 만든 것이 교섭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외부 법무법인 자문을 받았다. 자문은 “공사 예산으로 일부 계열사 직원이 쓰는 사무실 등 휴게공간을 개량하고 비품을 지급한 것은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을 높인다”고 봤다.
이는 가정이 아니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공공운수노조가 인덕대·학교법인 성공회대를 상대로 낸 사건에서 “휴게시설 관련 사항은 근로자의 건강과 관련된 근로조건”이라며 대학의 사용자성을 인정했고, 인덕대는 하청 근로자와 교섭에 들어간 상태다.
원인: 복리후생 지출이 ‘지배력 신호’로 해석되는 구조
거시적으로 보면 원인은 분명하다. 원청이 비용을 들여 하청 노동자의 근로환경을 개선할수록, 그 지출 자체가 ‘근로조건을 좌우할 힘이 있다’는 증거로 읽힌다.
- LH: 임대아파트 관리비 상한제가 관리업체 직원 임금·복리후생에 영향을 미쳐 실질적 지배력 인정 여지가 상당히 높다는 노무법인 자문을 받았다.
- 한국수력원자력: 사내하도급 직원이 6220명에 달하며, 노동 안전·작업 환경 분야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판단을 받았다.
- 한국수자원공사: 외부 컨설팅이 노동 안전·작업 환경을 사용자성 인정 가능성이 가장 높은 분야로 꼽았다.
- 한국가스공사: 자회사인 한국가스기술공사, 코가스서비스얼라이언스, 코가스보안관리로부터 교섭 요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중앙노동위원회가 지방노동위의 판단을 뒤집고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재심 판정을 내놓으면서, 민간뿐 아니라 자회사 인력이 많은 공기업까지 긴장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자동차는 환경 미화, 보안·경비 하청 노조와 직접 교섭해야 한다는 지노위 판정을 받았다.
전망과 시사점: ‘복리후생 위축’ 역설과 법 개정 공론화
가능성 차원에서 짚으면, 가장 우려되는 흐름은 역설적 위축이다. 휴게실 개량과 비품 지급 같은 선의의 복리후생 투자가 교섭 의무로 되돌아온다면, 기업은 환경 개선을 주저할 유인을 갖는다. 이는 하청 노동자 후생에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제도적 변곡점도 형성되고 있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시행 100일을 넘기며 여러 문제점이 지적되고 국무총리가 법 보완 필요성을 언급한 상황에서 이제는 법 개정을 위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입법 당시 정부가 ‘문제 발생 시 추후 보완’ 입장이었던 만큼, 보완 입법 논의가 다음 국면의 핵심 변수다.
결론
휴게실 같은 복리후생 지출이 원청 사용자성의 근거로 전환되는 흐름은, 산업 안전을 넘어 광범위하게 확산하고 있다. 실무 관점의 다음 단계는 다음과 같다.
- 지출의 성격 정리: 원청이 제공하는 시설·비품·예산이 ‘근로조건 지배’로 해석될 소지가 있는지 항목별로 사전 점검한다.
- 자문 일원화: 자회사·사내하도급 구조를 보유한 기관은 노동 안전·작업 환경·복리후생을 우선 순위로 사용자성 리스크를 진단한다.
- 법 개정 동향 주시: 국무총리 발언과 공론화 흐름을 근거로, 보완 입법 시나리오별 교섭 대응 원칙을 미리 마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