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읽던 중 묘한 불편함이 밀려왔다. 일본이 공식적으로 '한반도와의 교류'를 앞세우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정작 그 유적 현장에 가보면 한반도의 역할이 한국어 설명문에만 남아 있다는 것이다. 마치 누군가 중요한 부분만 조용히 지우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당신도 비슷한 마음일 것 같다. 우리의 역사가, 우리가 이룬 교류의 흔적이 세계 무대에서 제대로 인정받을까 하는 걱정. 그리고 뉴스를 읽으며 '괜찮을까'라는 불안감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공식 등재 신청에서는 강조되는데, 왜 현장에선 빠질까
일본 정부는 지금 아스카·후지와라 고도(6~8세기 유적)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고 하고 있다. 그리고 공식 신청 근거로 명확하게 이렇게 기술했다: "고대 중국·한반도와의 긴밀한 교류의 소산"이라고. 유네스코 자문 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보고서에도 "궁정 유적과 고분들은 중국·한반도와의 문화적 상호작용을 통해 사회적 위계 구조, 장례 관습이 변화한 과정을 드러낸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렇다면 현장은 어떨까. 596년에 건립된 일본 최초의 불교 사원 '아스카데라' 유적에 방문한 사람들이 받는 설명은 언어마다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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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설명문: "고구려와 백제에서 파견된 이들의 지도 및 협력으로 훌륭한 절이 완공됐고, 일본 불교문화 형성의 원점이자 아스카에 수도를 세우는 근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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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설명문: "일본 최초의 본격적 사찰"이라는 점만 강조, 한반도와의 연결고리는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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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설명문: "대륙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수준의 막연한 표현
같은 유적인데 설명이 이렇게 달라진다. 마치 어떤 것을 보느냐에 따라 역사 자체가 바뀌는 느낌이 든다.
한반도의 흔적, 더 많은 곳에서 사라지고 있다
문제는 아스카데라뿐만이 아니다. 뉴스에 따르면 같은 유적지 내 다카마쓰 고분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 고분은 고구려와 당나라 고분 양식의 영향을 받았다고 여겨지는 7세기 후반 유적인데, 올해 새로 설치된 해설판에는 "석실 내 사신도(四神圖)와 천문도가 희소하다"는 점만 강조되어 있다. 고구려 수산리 고분과 유사한 사신도, 색동옷 여인상 같은 구체적인 영향 관계는 빠져 있다.
아스카이케 유적, 야마다데라 터도 마찬가지다. 백제 건축 기법에 관한 설명이 없는 것이다.
대전대학교 역사문화학 전공 교수 이한상은 이렇게 지적한다: "특히 아스카 시대(588~694년)는 한반도 교류의 소산이 분명하며, 이를 축소하려는 시도는 학술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이 말이 마음에 닿는 이유는, 단순히 우리 역사가 무시당한다는 것뿐 아니라, 역사 자체가 왜곡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불안감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면 안 될 지점이 있다.
먼저, 이 문제가 이미 드러났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뉴스로 보도되고,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국제 심사 기구의 보고서에 한반도와의 교류가 명시되어 있다. 공식적인 채널에서 한반도의 역할이 기록된 것이다.
다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다. 역사 왜곡에 대한 관심과 지적. 학술적 근거에 기반한 정확한 정보 확산. 국제 사회에 우리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것. 이런 작은 노력들이 모이면, 역사가 바뀐다.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가 이달 부산에서 열릴 예정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순히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 문제를 알고, 기억하고, 필요할 때 우리의 입장을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다.
결론
역사란 한 번 쓰이고 끝나는 게 아니다. 계속 읽히고, 해석되고, 때로는 다시 쓰인다. 그 과정에서 우리의 역할을 누군가는 축소하려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욱 우리가 기억해야 한다. 아스카 시대 한반도의 기술자들이 일본 불교 문화의 바탕을 만들었다는 사실, 그리고 그 사실이 세계유산 등재 신청 자료에 공식으로 기록되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
- 한반도와 아스카 시대의 관계에 대해 더 알아보기
- 이 이슈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기
- 국제 심사 과정에서 학술적 근거가 제대로 반영되도록 관심 갖기
우리의 역사는 침묵으로 사라지지 않는다. 누군가 기억하고, 말하고, 전한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