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로 이 뉴스를 접했을 때 저는 좀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전시회의 화두가 된다는 것이 신기하면서도, 동시에 참 당연한 질문이라고 느껴졌거든요.

우리가 미술을 마주할 때 대부분은 "예쁜가 못생겼는가" 또는 "얼마나 기술이 뛰어난가"라는 판단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국립현대미술관의 최신 전시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좀 다릅니다. 그것은 미술 자체의 정의와 역할을 다시 생각해보자는 부드러운 초대장 같습니다.

우리가 놓친 작은 목소리들

한국 미술사를 한 번 돌아보면 이상한 점이 있어요. 196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은 주로 두 갈래로 흐릅니다. 시각적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단색화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민중미술. 이 두 거대한 흐름 사이에서 우리가 놓친 게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개념미술입니다.

배명지 학예연구관은 설명합니다. "1960년대 우리나라에서 시각성을 중시한 모더니즘 미술이 번성하던 가운데, 개념미술은 그간 배제됐던 '언어'와 '철학'을 다시 소환했다"고요. 눈이 아닌 머리를 건드리는 미술. 그런 미술이 있었는데, 우리는 그걸 잠깐 잊고 있었던 거예요.

뭔가 허전했던 이유

혹시 당신도 느낀 적 있나요? 미술관에서 작품을 보고 나올 때 가끔 찜찜한 기분. "예쁘긴 한데, 이게 다인가?" 같은 막연한 의문. 그 의문의 빈자리를 채워준 게 바로 이번 전시입니다.

28명의 작가, 140여 점의 작품. 그것들이 보여주는 것은 재미있습니다. 무게나 시간 같은 단위 체계를 비롯한 기존 권위들이 절대적이지 않음을 은유하고 있다는 거예요. 예를 들어 이건용의 '장소의 논리' 같은 작품은 미술을 물질적 대상이 아닌 의미 있는 사건으로 변환합니다. 당신이 그 공간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는가가 곧 미술이 되는 거예요.

우리는 혼자가 아니었다

혹시 "한국의 개념미술은 결국 실패한 실험 아닐까?"라는 걱정을 했던 사람이 있을까요? 당신이라면 이 말을 읽으면 좀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미국 컬럼비아대 미술사학과 교수인 알렉산더 알베로는 이렇게 말합니다. "한국 개념미술은 실패한 주변부 실험이 아니다. 1980년대 단색화의 모더니즘적 추상과 민중미술의 리얼리즘으로 양극화된 시대가 시작되면서 개념미술가들의 작업이 유효성을 상실했을 뿐"이라고요.

이 말 속에는 큰 위로가 있습니다. 개념미술가들의 작업이 소외되었던 건 그들의 잘못이 아니었다는 뜻이거든요. 시대의 풍경이 그렇게 변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그 작업들을 다시 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붙잡을 수 있는 지점

전시회가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는 건, 사실 굉장히 희망찬 신호예요. 왜냐하면 정의를 다시 묻는다는 것은, 그것이 아직 살아있다는 뜻이기도 하거든요.

당신이 미술관에 가서 이 전시를 보게 된다면, 한 가지를 기억해주세요. 그 작품들이 당신의 눈에 어떻게 보이든 상관없다는 거요. 중요한 건 당신이 그 앞에서 무엇을 생각하고 어떻게 느끼는가입니다. 그것이 미술이 되고, 그것이 바로 개념미술가들이 말하고자 했던 진정한 의미예요.

결론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 속에는 단순한 정의를 넘어선 우리 자신에 대한 질문이 숨어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무엇으로 마음을 나누는가. 그 답을 찾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의 전시장에 발을 들이는 것은 어떨까요.

  • 전시명: "이것은 개념미술이 (아니)다"
  • 기간: 10월 11일까지 진행
  •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참고: 혼자 간다면 더 깊이 있게, 누군가와 함께 간다면 서로의 생각을 나누며 작품 앞에서 대화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