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황: 은행권 희망퇴직 급증의 배경
하나은행이 6월 24~25일 만 40세 이상,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특별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이는 단순한 정원 조정을 넘어 은행권 구조 조정의 심화를 보여준다.
지난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희망퇴직자는 2470명으로, 2024년의 1987명 대비 24% 급증했다. 은행연합회 집계 기준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희망퇴직자들이 받는 돈도 상당하다. 평균 퇴직금은 3억 4829만 원이지만, 은행별로 편차가 있다.
- 하나은행: 410명, 1인당 평균 3억 8723만 원
- 국민은행: 647명, 1인당 평균 3억 8500만 원
- 우리은행: 429명, 1인당 평균 3억 5368만 원
- 농협은행: 443명, 1인당 평균 3억 3317만 원
- 신한은행: 541명, 1인당 평균 2억 8239만 원
특별퇴직 위로금에 법정 퇴직금까지 더하면 실제 퇴직자들이 받는 규모는 평균 4~5억 원대로 추정된다. 동시에 은행원의 기본 연봉도 올해 1억 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임원을 제외한 은행원 1인당 평균 소득은 1억 1791만 원으로, 전년의 1억 1490만 원 대비 301만 원 증가했다.
원인: 신청 자격 확대와 경제적 유인
희망퇴직 인원이 급증한 주요 원인은 신청 가능 연령이 확대된 점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초 희망퇴직 대상을 1986년생까지 확대해 2024년 234명에서 지난해 541명으로 두 배 넘게 증가시켰다. NH농협은행도 만 40~56세 전 직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추진했다.
자격 확대 외에도 경제 구조 변화가 배경이다.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은행권의 비용 압박이 커진 상황, 디지털 전환으로 인한 점포 감소와 인력 수요 감소, 그리고 상대적으로 높아진 연봉과 퇴직금 규모가 맞물렸다. 40대 중후반 직원 입장에서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판단할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된 것이다.
전망: 인력 수급의 구조적 변화
향후 은행권 인력 구조는 세 가지 변화를 맞을 가능성이 크다.
첫째, 중간 계층의 공동화. 희망퇴직 대상 확대는 의도적이든 결과적이든 중간 관리층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1971~1974년생 직원에게 최대 28개월치 평균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비용 효율적인 구조 조정 수단이다.
둘째, 신입 채용 위축. 정원 감축과 인력 재배치로 신규 채용 기회가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금융권 진출을 계획하는 신졸·경력자에게 실업 기간을 늘릴 수 있다.
셋째, 연봉과 처우의 양극화 심화. 남은 인력의 연봉과 성과급은 유지되거나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신입 채용 인원의 시작 연봉은 상대적으로 낮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연봉 1억' 수준은 중장년층 기준이며, 이들이 빠져나간 자리를 채울 신입사원이 동일 수준 처우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결론
은행권 희망퇴직의 물결은 산업 성숙 단계에 진입한 금융권의 신호탄이다. 4~5억 원대 퇴직금과 1억 원 중반의 연봉은 한국 금융업의 고임금 구조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그것이 지속 불가능하다는 경영진의 판단도 담겨 있다.
은행 취업을 고려 중이라면 현재 공고의 조건(직급, 경력, 시작 연봉)을 과거 경력직 기준이 아닌 신입 기준으로 재평가해야 한다. 금융권 재직자라면 자신의 세대별 구조 조정 시점과 조건을 미리 추정하는 것이 실질적인 경력 설계 전략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