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념 vs. 현실의 간극
개헌이 시대 요구라는 명제는 진부해졌다. 조정식 국회의장의 2027~2028년 개헌 로드맵도 같은 전제에 섰다. 하지만 국민의힘이 제기하는 질문은 다르다. "누가" "어떤 조건"에서 헌법을 고쳐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18일 논평에 따르면, 개헌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주도하려는 세력의 현재 행동이 개헌의 정당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는 의심을 제기한다.
보이지 않는 리스크: 권력분립의 조건
뉴스에 명시된 국힘의 비판을 정리하면 세 가지 의심이 나타난다.
첫째, 의회 민주주의의 기본 규칙 위반. 민주당이 "압도적인 의석수를 무기로 국회의 오랜 관행과 협치 정신을 깡그리 무시"했다는 주장이다. 22대 국회에서 상임위원장을 독식하고 법사위를 "사법부 장악을 위한 도구"로 전락시켰다는 것. 이것이 중요한 까닭은, 헌법 개정은 국회만으로는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헌법 제128조는 개헌안 발의·의결·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고 규정한다. 즉 절차 정당성이 없으면 제아무리 좋은 개헌안도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는 함정이다.
둘째, 중립적 중재자의 역할 부재. 국회의장은 입법부의 수장이지만, 동시에 "여야 간 협치"를 이끌 중립적 위치에 있어야 한다. 박 수석대변인이 "호위무사 역할을 중단하시라"고 촉구한 것은, 국회의장이 거대 여당의 이익을 위해 기존 관행을 깨고 있다는 의심을 담는다. 개헌이라는 국정의 근본을 건드리는 작업을 주도하려면, 최소한 그 과정에 대한 야당의 동의, 또는 국민적 여론 수렴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셋째, 정당성과 야욕의 경계. 국힘은 현재의 상황을 "의회 독점 권력을 영구화하고 입맛에 맞게 권력 구조를 흔들겠다는 정략적 야욕"으로 해석한다. 이것이 단순한 비난인지, 아니면 구조적 우려인지 판단하려면, 현재 민주당이 추구하는 개헌안의 내용을 봐야 한다. 뉴스에는 개헌안의 구체적 내용이 없으므로, 이 부분은 의심의 영역에만 머물러 있다.
모두가 놓치는 변수: "절차 정당성"의 무게
개헌 찬반을 넘어, 진짜 질문은 이것이다. 현 권력구조에서 만들어진 개헌이 진정한 국민의 동의를 받을 수 있는가?
역사적으로 헌법 개정이 시민 저항에 직면한 이유는 대부분 이것이었다. 1987년 6월 항쟁도, 2016년 박근혜 개헌 시도의 좌절도, 절차에 대한 불신이 근저에 있었다. 뉴스에 따르면 22대 전반기에 "6·3 지방선거 동시 개헌이 무산"된 바 있다. 이미 한 번 실패한 개헌 시도를 2년 뒤 다시 꺼내는 것인데, 그 사이 상황은 나아졌는가? 오히려 "상임위 독식" "법사위 사법부 장악" 같은 비판이 증가한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리스크 정리: 최악의 시나리오
만약 절차 정당성 없이 개헌이 강행된다면:
- 개헌안의 법적 효력 약화: 국민투표 통과 후에도 합헌성 논쟁이 계속될 가능성
- 사법부 대심판 위험: 법사위 독립성 논란이 개헌 자체의 정당성을 훼손할 수 있음
- 정치적 분열 심화: 야당과 시민 진영의 저항이 개헌의 실효성을 제약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중요한 것은 개헌 자체가 아니라 그 과정이다. 국회의장이 진정한 "중립자"인지, 아니면 "여당의 호위무사"인지는 향후 개헌 논의에서 다음을 통해 드러날 것이다.
- 야당 의견 수렴 절차의 투명성
- 개헌 특위 구성의 공정성
- 국민 여론 수집 과정의 공개성
결론
국힘의 비판이 맞는지 틀렸는지는 향후 절차가 보여줄 것이다. 다만 지금 시점에서 분명한 것은, 헌법이라는 최고 규범을 다루는 과정이 신뢰를 잃으면, 그 개헌은 아무리 내용이 좋아도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회의장과 여당 지도부는 개헌 로드맵 발표 전에, 먼저 현행 헌법이 요구하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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