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 가속하는 소아의료 현장, 20% 충원율의 의미

올해 상반기(1~6월) 소아청소년과 신규 전공의 충원율은 20.6%(34명)에 그쳤다. 보건복지부 집계 기준 전체 진료과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서울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2년 차는 "365일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응급 상황에 대기하고, 소송 걱정에 사소한 내용도 기록으로 남기는" 현실을 토로했다. 같은 병원의 4년 차 전공의는 "기껏 레지던트를 모집했더니 병원에서 인턴과 전담 간호 인력을 줄이겠다"며 "4년 차지만 여전히 1년 차만큼 당직을 선다"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충원 부족이 아니다. 선발된 전공의 대부분 수도권 대형병원에 집중되면서 지역 의료 공백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소아의료 현장에서는 "5년간 소아청소년과 붕괴에 가속도가 붙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의료 소송 우려가 현장 문서화를 변화시키다

소아의료 위기의 핵심은 보상과 책임의 불균형이다. 서울 수도권 대학병원 4년 차 전공의는 "특정 수술이나 약물이 필요한 경우 '잘못되면 책임질 수 있느냐'는 보호자를 만나면 관두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밝혔다.

의료 소송 우려로 인한 과도한 기록 관행의 배경에는 다음이 있다:

  • 높은 배상액: 소아 환자는 기대수명이 길어 의료사고 발생 시 성인보다 배상액이 훨씬 크다. 실제로 17억 원이 넘는 배상금 사례가 보도되고 있다.
  • 낮은 수가 대비 높은 책임: "소아 진료는 정맥주사를 놓을 때도 성인보다 인력이 추가 투입돼야 할 정도로 난도가 높다"는 설명처럼, 기술적 난이도는 높으나 수가는 낮아 적자 진료과로 낙인찍혔다.
  • 소송 불안감의 악순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의 여진이 계속되면서 의료 소송에 대한 심리적 부담이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현장에서는 사소한 내용까지 기록해야 한다는 방어적 자세가 만연해 진료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경제·정책 흐름 속 소아의료의 위치

소아의료 위기는 한국 의료 시장의 구조적 수익성 악화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 적자 진료과의 병원 내 위치 약화: 소아청소년과는 대학병원 내에서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는다. 경영상의 이유로 세부 전문의를 뽑지 않는 지역 병원이 상당수다.
  • 지역·전문 인력 공급 부족: 지방 대학병원에서는 세부 전문의 1명이 여러 분과 환자를 모두 책임지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다. 이는 개별 의료진의 과중 부담과 직결된다.
  • 정책 보상의 미흡: 현장 의료진은 "최소한의 당직 인력 확보와 수가 인상이 나서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정책 대응은 아직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전망: 사명감만으로는 버티기 어려운 구조

"아이들을 치료하고 싶다"는 초심으로 소아의료를 선택한 전공의들이 "언제까지 사명감 하나로 버틸 수 있을까"라고 자문하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다음 단계는 명확하다:

소아의료 기피 → 충원율 저하 → 지역 의료 공백 → 신생아·소아 환자 사망률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20.6% 충원율은 이 악순환의 진행 상황을 보여준다.

의료 소송 우려에 따른 과도한 기록 관행 자체가 효율성을 해치고, 이것이 다시 의료진의 소진으로 돌아온다는 악순환도 고착되고 있다.

결론

소아의료 위기는 단순한 직업 만족도 문제가 아니라, 정책·수가·법적 보호 체계의 근본 개편을 요구하는 신호다. 의료 소송 우려에 사소한 내용까지 기록하는 현장의 모습은 시스템이 신뢰 기반에서 방어적 기록 중심으로 변했음을 의미한다.

정부와 의료 기관은 다음을 검토해야 한다:

  • 소아의료 수가의 단계적 인상 및 적정성 재검토
  • 의료사고 배상과 배상책임보험 체계 개선으로 개별 의료진의 법적 리스크 경감
  • 지역 소아의료 기관 인력 확보를 위한 구체적 인센티브 설계

현장의 요구는 명확하다. 보상과 책임의 균형을 맞추지 않으면, 아무리 사명감이 높은 의료진도 결국 떠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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