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법원의 판결 소식을 듣고 한참을 생각했다. 188점 중 3점. 그 수치가 먹먹하게 남았다. 자신의 것이라고 확신하는 소유물을 잃어버린 사람의 심정이 어떨까. 마침내 법이 그 중 일부를 돌려주겠다고 선언했을 때, 그 마음이 어떻게 움직일까.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가 정희자 씨(고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의 배우자)의 손을 들어줬다. 비디오 아트 예술가 백남준의 연작 '나의 파우스트―경제학'과 '나의 파우스트―영혼성' 2점, 그리고 독일 작가 지그마어 폴케의 작품 1점. 우양산업개발이 운영하는 경주 우양미술관에 보관 중인 3점의 미술품이 정 씨의 소유로 인정받은 것이다.

1991년 보관했던 미술품, 35년의 세월

이야기는 199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대우개발이 경주 힐튼호텔과 아트선재미술관을 개관했을 때, 정 씨는 본인이 소유한 미술품들을 그곳에 보관하고 전시했다. 그것이 정상적인 관계였다. 미술관이라는 공간을 신뢰했고, 소유권도 명확했을 것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1997년 외환위기라는 시대의 격변이 모든 것을 바꿔놨다. 대우그룹이 해체되고, 대우개발의 경영권이 우양산업개발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미술품들이 반환되지 않았다. 정 씨가 돌려달라고 요청한 것은 지난해 7월. 무려 30년이 넘게 지난 후의 일이었다.

188점 중 3점, 그 수치 뒤의 증거

법원이 인정한 3점의 작품은 전체의 1.6퍼센트에 불과하다. 정 씨가 청구한 188점 대부분이 소유권 인정을 받지 못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정 씨는 미술관 자료 카드에 적힌 'M' 코드를 소유권의 증거로 제시했다. 하지만 법정에서 우양미술관 큐레이터는 증언했다. "소유주를 알 수 없어도 우선 M 코드를 부여했다"고. 그 한 마디로 많은 청구가 무너졌다.

다만 백남준의 작품 2점은 달랐다. 작품을 판매했던 화랑 대표와 큐레이터의 진술이 정희자 씨의 소유권을 뒷받침했다. 증거는 자료 카드만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기억, 거래의 역사, 전문가의 증언이 함께했다. 그것이 법을 움직였다.

백남준의 '나의 파우스트'가 가진 의미

정 씨의 소유가 인정된 백남준 작품들은 특별했다. 독일 문학가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서 영감을 받은 연작의 일부였다. 종교 제단을 연상시키는 높이 3.1미터의 대형 설치미술작품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이 지난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양미술관에서 처음으로 대중에 공개되었다는 점이다. 30년 넘게 어두운 공간에 있던 미술품이 빛을 본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빛의 자리가 다시 정해지고 있다.

법이 정하는 것, 정하지 못하는 것

법원의 판결을 읽으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든다. 법은 소유권을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소유권 뒤에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그 세월 동안의 마음은 어떻게 보상할까.

188점 중 3점만 돌려받는 것. 그것을 '부분 승리'라고 부를 수 있을까. 분명 법적 승리는 맞다. 하지만 인생 속에서 그것은 어떻게 느껴질까. 정 씨의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돌려받은 3점의 미술품도 소중하겠지만, 남은 185점을 향한 그리움은 어떻게 될까.

법정에서의 '확실함'과 현실의 '불확실함'

소유권 다툼의 본질은 결국 이것이다. 확실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판매자의 증언, 거래 기록, 전문가의 확인. 하나하나의 증거가 쌓여야 법이 인정한다.

우양산업개발은 14일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법의 손가락질은 계속되고 있다.

결론

이 판결은 완전한 해결이 아니다. 하지만 이것도 중요하다. 법이라는 제도 속에서 누군가의 기억, 누군가의 소유권이 인정받았다는 사실 자체. 27년을 기다린 사람에게 법원이 "맞습니다"라고 말해준 것이다.

만약 당신도 비슷한 상황에 처했다면, 이 판례는 한 가지 메시지를 전한다.

  • 첫째, 소유권 분쟁은 증거로 싸운다. 자료 카드만이 아니라 거래 경로, 판매자 증언, 전문가 의견이 중요하다. 지금이라도 남아 있는 기록들을 확인해보라.
  • 둘째, 포기하지 말고 법의 문을 두드려라. 1심에서 3점을 인정받은 것도 정희자 씨가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 셋째, 미술관이나 기관에 맡긴 작품이라면, 명확한 계약과 소유권 표시가 함께하도록 하라. 지금 당신의 그림이나 미술품은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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