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의 해시태그 파리를 검색하면 약 1억5000만 건의 사진이 쏟아진다. 거의 모두 에펠탑, 루브르, 퐁네프 같은 명소들이다. 손가락 몇 번 스크롤하면 화려하고 밝은 파리가 떠오른다. 그런데 내가 '본' 그 파리가, 정말 파리일까?
최근 이 질문에 자꾸 걸렸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다르게 본 파리를 만났기 때문이다.
가려진 도시의 얼굴
서울 성곡미술관에서 지금 '파리 보이지 않는 파리' 전시가 열리고 있다. 26일까지다. 한국 작가 3명을 포함해 51명의 작품이 전시된다. 큐레이터 알랭 사약이 기획에 참여했다. 그는 1972년 퐁피두센터 창립팀에 합류했고, 1981년부터 2006년까지 사진부를 설립하고 운영하며 20세기 사진 컬렉션을 구축한 인물이다.
전시는 '장-앙리 파브르 거리, 생투앙'이라는 작품으로 시작한다. 밤의 뒷골목에 쓰레기가 나뒹구는 풍경이다. 전시장을 따라 걸으며 관람객들은 인적이 드문 골목, 도시 주변부의 재개발 현장,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밀려난 자리, 불길에 휩싸인 노트르담을 허망한 듯 바라보는 파리 사람들을 마주한다. 재개발, 젠트리피케이션, 기후 위기. 오늘의 파리가 담겨 있다.
스크린 너머의 물리적 아름다움
이 전시의 진정한 매력은 사진 기법에 있다. 헬리오그래피, 검 바이크로메이트, 젤라틴 실버 프린트 같은 전통 아날로그 기법과 금속판, 실크 같은 다양한 매체가 사용됐다. 디지털 스크린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질감이 있다.
보그단 코노프카 작가는 확대기를 사용하지 않고 대형 필름으로 풍경을 기록한 뒤 같은 사이즈로 인화하는 '흑백 밀착 인화' 기법을 썼다. 그 사진 앞에 서면 수십 년 전으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낀다. 성곡미술관 이수균 부관장은 이렇게 말했다. "디지털 시대에 보기 드문 기법으로 제작한 사진들을 가까이서 비교하며 볼 수 있다는 것이 진정한 럭셔리다."
우리의 불안에 대해
전시 소식을 읽으면서 나는 한편으로 불안했다. SNS에서 본 파리를 믿어도 될까? 내가 찍은 사진도 사실을 담았을까? 여행 중에는 "이건 인증 사진을 위한 여행 아닌가?" 이런 죄책감 같은 게 생긴다.
너도 비슷한 불안을 느껴봤을 것 같다. 세상을 완벽히 알 수는 없지만, 적어도 놓친 게 뭔지는 알고 싶은 마음 말이다.
사약 큐레이터는 이렇게 평했다. "파리 주변부의 쓸쓸한 풍경에서는 작은 디테일로 드러나는 긴장감을, 은유적으로 도시를 포착한 장면에서는 서정성을 느낄 수 있다."
보이지 않는 것도, 아름답다.
결론
화려함만이 아름다움은 아니다. 골목의 쓸쓸함, 변화하는 도시의 디테일, 누군가 다르게 본 순간들 속에서도 서정성과 긴장감이 살아 있다. 진짜 파리를 본다는 건 그런 다층적인 경험이다.
다음 세 가지를 해보자.
- SNS의 파리와 전시의 파리를 견주면서, 너는 무엇을 '보고 싶었는지' 생각해보자.
- 화려한 명소 사진 외에 담지 못했던 도시의 다른 이야기들을 발견해보자.
- 스크린이 아닌 아날로그 사진의 물리적 질감을 눈으로 느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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