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식을 마주했을 때

언론에 떠도는 AI 관련 뉴스를 마주할 때면 괜히 가슴이 철렁한다. 누군가는 일자리를 잃지 않을까, 이 업무도 곧 자동화되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우려 말이다. 특히 미술이나 디자인처럼 인간의 창의성과 감성이 핵심인 분야라면 더 그렇다.

그런데 이이남 작가의 이야기를 읽으며 다른 마음이 들었다. 100년 뒤 미래 서울 위에 겸재 정선의 금강산 계곡을 펼쳐낸 이 미디어아트 'Seoul 2126: The Landscape Express'는, AI를 두려워하기보다 대화하는 방식이 있다는 걸 보여준다.

당신도 같은 걱정을 하고 있나요?

창의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AI의 등장은 작지 않은 불안감이다. 이이남 작가도 처음엔 그런 의문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Google Gemini를 단순한 자동화 도구로 보지 않았다. 질문을 던지고, 피드백을 주고받으며, 2개월가량 함께 협력했다.

뉴스에 따르면 작가는 "산을 원하는 자리에 넣으려 해도 엉뚱한 위치에 나타났고, 없애고 싶은 물체가 다음 영상에서 등장"하기도 했다고 한다. 실제로는 생각보다 까다로운 과정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작가가 만족한 지점은 '의외성'이었다. 작가의 말을 직접 인용하면, "산수에 어떻게 단청을 접목할지 고민하다가 제미나이에 입력하자, 단청 무늬를 입은 길과 터널이 산 사이를 파고든 장면을 만들어 냈다"며 "내가 생각하지 못한 지점을 AI가 자연스럽게 구현했다"고 했다.

이 말에 주목해보자. AI가 창의성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를 함께 만드는 동료가 된 셈이다.

겸재 정선과 대화하듯 협력하기

작가는 구글 제미나이에게 정선의 작품과 생애를 바탕으로 물었고, "마치 정선과 대화하듯" 작업 방향을 상의했다. 나는 이 표현이 정말 좋다. AI와 협력한다고 해서 인간의 판단이 흐려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명확해진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작가는 명확히 말했다. "물론 내가 원하는 방향과 다르면 AI에게 '다른 방향으로 조언해 달라'고 이끌었다. 인간이 주체가 돼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버릴 건 버려야 한다."

이것이 핵심이다. AI 시대에 우리가 잃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인간이 주체라는 자각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고, 무엇을 만들지, 어디로 향할지는 여전히 인간의 손에 있다. 미래 서울에 금강산을 그려 넣기로 결정한 것,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과 자연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기로 한 것은 모두 작가의 결정이었다.

그래도 우리는 할 수 있다

AI와 협력하는 작가의 모습을 보며 안심이 된다. 미래도 그리 어둡지 않을 것 같다. 물론 일의 형태는 변할 테다. 하지만 변하지 않을 것이 있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일, 새로운 것을 상상하는 일, 그리고 그 상상과 현실 사이의 의미를 찾아내는 일 말이다. 작가가 느낀 AI의 "의외성"도, 결국 그 의외한 결과를 보고 "이건 좋고 저건 아니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인간의 감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론

겸재 정선과 대화하듯 금강산 계곡을 AI에 담아낸 이이남 작가의 이야기는, 단순한 기술 성공담이 아니다. 이것은 인간과 기술이 함께하는 미래에 대한 작은 증명이다.

앞으로도 우리가 할 일은 명확하다.

  • 기술을 두려워하기보다 대화의 언어를 배우자. 작가가 제미나이에 질문을 던진 것처럼, 우리도 AI에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명확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인간의 주체성을 절대 포기하지 말자. 버릴 것은 버리고, 우리의 가치관을 지켜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 미래의 도시도, 미래의 일도, 결국 인간과 자연이 함께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작가의 신념을 기억하자.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그 속에서도 우리는 여전히 주인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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