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부산 해운대구에서 시작된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개회식 영상을 접했을 때 나는 예상과 다른 감정에 휩싸였다. 무용수들이 손을 맞잡고 동그란 원을 이루며 추는 강강술래 재해석 장면에서다.
1988년 세계유산협약 가입 후 한국에서 이런 위원회가 처음 개최된다는 사실은 통계처럼 들릴 수 있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수치가 아니었다. 우리의 문화가, 우리 손으로 만들어온 무형의 유산이 세계 무대에서 얼마나 존중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세대를 잇는 울림, 손을 맞잡는 의미
공식 홍보대사 지드래곤이 한 말이 가슴을 스치고 지나갔다. "유산을 지키는 건 과거 보존에 그치지 않고 미래의 평화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보니, 강강술래를 손을 잡고 함께 춘다는 건 단순한 춤이 아니었다. 우리 선조들이 세대를 걸쳐 손을 맞잡고 공동체를 지켜온 그 정신을, 지금 여기서 이어간다는 의미였다. 그 원이 미래 세대까지 닿을 거라는, 약속이었다.
개회식에서 선보인 공연들도 그런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종묘 정전의 지붕 선을 모티프로 한 주제는 '하늘을 품은 지붕, 세대를 잇는 울림'이었다. 일무 문무라는 의례무에서 신태평무라는 국립무용단의 춤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에 강강술래로 국제사회의 연대와 화합을 형상화했다. 세계 무대에서 펼쳐지는 한국의 표현은 단순한 문화 공연이 아니라 '우리는 함께 간다'는 메시지였다.
우리 갯벌이 세계유산이 되는 길
그 와중에 한국이 가장 주목하는 안건이 있다.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등재 여부다. 기존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충남 서천, 전북 고창의 갯벌에 더해, 충남 서산과 전남의 무안, 고흥, 여수 갯벌이 추가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세계자연보전연맹이 이미 등재를 권고했기 때문이다.
왜 갯벌일까. 문화유산이 비단 역사적 건축물이나 예술 유산만을 뜻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자연, 그 속에서 기른 사람과 공동체의 흔적도 포함된다. 갯벌은 단순한 환경이 아니라 우리 세대가 후손에게 남겨줄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유산 중 하나다.
함께하지 않으면 지켜질 수 없다는 걱정
다만, 이런 뉴스를 접할 때면 한 가지 걱정이 떠나지 않는다. 세계 무대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인정받는 건 정말 기쁜 일이지만, 정작 우리가 그것을 얼마나 소중히 여기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강강술래를 알고 있는 아이들이 몇이나 될까. 갯벌에 나가본 적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세계유산이 우리 동네, 우리 마을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런 걱정이 들 때쯤, 한 가지 확실한 신호가 있다. 부산 세계유산위에서 채택을 추진 중인 '부산 선언'이 그것이다. 거기에는 기후변화와 무력 충돌 같은 새로운 위협에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응하자는 의지가 담겨 있다. 즉, 우리가 혼자가 아니라는 뜻이다. 손을 맞잡은 원이 부산에서 울려 퍼지고 있다.
결론
우리가 문화유산을 지킨다는 건 박물관을 채우는 일이 아니다. 손을 맞잡은 원 안에서 서로를 느끼고, 과거와 미래를 이으며, 함께 가야 할 길을 확인하는 일이다.
당신도 할 수 있다.
- 강강술래에 대해 한 번 찾아보거나 아이들과 함께 손을 맞잡고 원을 이루어보기
- 가까운 갯벌이나 문화유산지를 직접 방문해서 느껴보기
- 부산 세계유산위 폐회까지(7월 29일) 우리 문화가 세계 무대에서 어떻게 인정받는지 따라가보기
#부산세계유산위 #강강술래 #부산서세계유산위강강술래로연대막올려 #문화유산보존 #한국갯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