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7월 20일,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부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2035년까지 저궤도위성(LEO) 통신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누리호 연 1회 발사로는 어려울 것"이라고 명확히 언급했다. 이 발언은 단순한 기술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우주산업 역량, 국제 경쟁 현황, 그리고 정책·투자의 복합적 과제를 드러낸다.
목표와 현실의 격차: 200개 위성 vs 1톤 탑재량
배 부총리는 저궤도 통신망 완성을 위해 대략 200개 이상의 위성을 쏘아올려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런데 현재 누리호의 능력은 이를 감당하기에는 현저히 부족하다.
구체적인 수치를 보면:
- 누리호 4차(지난해): 주탑재 및 큐브위성 13기 탑재
- 누리호 5차(올해 하반기 예정): 15기 탑재, 무게 약 1톤
- 스페이스X 팰콘9(비교용): 저궤도에 약 22톤 탑재 가능
이 수치의 의미를 거시적으로 해석하면, 누리호가 1톤 수준이라면 200개의 위성을 배치하기 위해 최소 200회 이상의 발사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연 1회 발사 주기로는 200년 이상이 걸린다는 계산이다. 배 부총리가 강조한 "발사 횟수와 탑재 능력도 골고루 갖춰야 한다"는 발언이 이러한 격차를 반영한 것이다.
원인: 기술·정책·투자의 삼중 제약
이러한 어려움은 여러 차원의 제약에서 비롯된다.
기술 개발의 시간 제약
구혁채 1차관은 "R&D 생태계가 복구되고 있는데, 연구과제 기간이 3~5년이다보니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2035년까지 약 9년이 남아있지만, 핵심 기술 고도화에만 3~5년이 소요된다는 것은 실질적인 개발 기간이 매우 제한적임을 의미한다.
투자 수익성의 악순환
투자형 R&D는 전체 과학기술 자금의 약 25%를 차지한다. 2024년 기준 정부가 기업에 지원한 금액은 약 7조원이지만, 기술료로 거두어들이는 수익은 약 1%에 불과하다. 박인규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이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정부가 특수목적법인(SPC) 지분을 받거나 기금을 통해 투자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배 부총리는 "프론티어 사업을 만드는데는 인프라만 3조 5,000억원이 든다"며 대규모 자본 투자의 현실적 어려움을 강조했다.
정책 효과의 현장 체감 지연
정부는 연구서식 간소화, PBS(연구과제중심제) 폐지, 연구자 주 52시간 유연 근무 도입 등 여러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배 부총리는 "현장에서 체감하지 못하는 문제에 일부 오해 요소도 있다"고 언급하며, 정책의 선언과 실행 사이의 시간 간격을 지적했다.
거시 흐름: 국제 경쟁 심화와 정책적 우선순위의 분산
더 넓은 맥락에서 보면, 배 부총리 발언의 배경에는 글로벌 우주산업 경쟁의 심화가 있다. 미국은 스페이스X 외에도 블루 오리진, 노스롭그루먼 등 민간 우주기업의 탑재 능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도 저궤도 통신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국의 누리호가 현재의 1톤 탑재 능력과 연 1회 발사 주기를 유지한다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한국 정부는 2035년을 목표로 여러 거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과학기술 예산의 분산, 인프라 투자의 높은 진입장벽, 그리고 투자 수익성의 불확실성(기술료 약 1%)은 우주산업에 집중할 수 있는 대규모 자본 조달을 어렵게 만든다.
전망과 시사점: 다층적 전략의 필요성
단기 전략: 누리호 성능 개선과 발사 가속화
현재의 1톤 탑재 능력을 2~3톤 수준으로 확대하고, 발사 빈도를 가속화하는 것이 우선과제다. 동시에 글로벌 발사 서비스와의 협력을 통해 초기 위성 배치 속도를 높이는 병행 전략도 현실적이다.
중기 전략: 투자 구조 개선과 민간 참여 확대
정부의 SPC 지분 투자 방식 검토는 긍정적 신호다. 다만 기술료 수익성(현재 약 1%)을 개선하고, 위성 통신 사업의 명확한 수익 모델을 확보해야 민간 자본이 유입될 수 있다.
장기 전략: R&D 제도 개선의 현장화
배 부총리가 "오해를 없애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 것처럼, R&D 환경 개선의 현장 체감을 높이고 국제 협력 강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필요하다.
결론
2035년 저궤도 위성 통신망 구축은 기술·투자·국제 경쟁이 얽힌 복합 과제다. 누리호의 탑재 능력 다톤 수준 확대, 투자형 R&D 수익성 개선을 통한 민간 자본 유입, 국제 협력 강화가 동시에 진전되어야 목표 달성이 현실성을 갖는다. 현재 정부는 여러 제도 개선에 착수했지만, 현장 체감과 실제 성과 도출까지는 여전히 3~5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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