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강화로 기업의 필수 요건이 된 탄소중립 인증

글로벌 공급망에서 한국 기업의 생존 조건이 바뀌고 있다. 미국 월마트나 나이키, 영국 전기차 보조금 정책 등 주요 시장의 거래처와 투자자들은 이제 기업의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 인증을 기본 요구사항으로 내걸고 있다. SBTi는 세계자연기금(WWF)과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등이 파리 기후변화협약 이행을 위해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검증하는 국제 기구다.

현재 한국에서는 약 100개의 기업과 금융기관이 SBTi에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아모레퍼시픽 등 주요 대기업들이 이미 참여 중이며, 중소·중견기업들도 점진적으로 가입하는 중이다. 그러나 기존의 규제 기준은 기업들에게 상당한 부담을 줘왔다.

기준 강화에서 맞춤형으로 전환되는 이유

2021년 10월 SBTi가 공개한 기업 넷제로 표준 1.0은 모든 기업에 동일한 감축 경로를 강요했다. 탄소중립 달성 때까지 매년 같은 양을 감축해야 하는 '일직선' 목표였다. 이는 산업 특성과 기업 규모를 전혀 반영하지 못해 현실과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 기업들은 특히 "초반보다 후반에 감축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이행 방법은 없느냐"는 의견을 제시했고, 이러한 목소리는 국제 기구에 반영됐다.

지난해 공개된 기업 넷제로 표준 2.0은 이러한 문제를 해소했다. 핵심 변화는 산업별, 기업별로 목표를 다양하게 설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각 기업의 사업 구조와 기술 도입 역량에 맞춘 감축 로드맵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는 기업들이 달성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더 현실적인 일정에 따라 추진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기회 확대 vs 에너지 구조 개선의 과제

표준 2.0의 도입으로 한국 기업들의 목표 달성 문턱이 실질적으로 낮아졌다. 기존 기준을 충족하기 어렵다고 느꼈던 기업들이 새로운 인증 체계 속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할 기회를 얻었다. 더불어 ESG 공시 제도가 확대되는 국내 정책 환경도 이러한 변화의 효과를 증대시키고 있다.

다만 한 가지 구조적 과제가 남아있다. 한국의 무탄소에너지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이다.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등 저탄소 전원 확대 없이는 기업들의 감축 목표 이행이 제한될 수밖에 없다. 맥도널드, 펩시, 하이네켄 같은 글로벌 모범 기업들은 목표 달성 부분뿐 아니라 미달 부분도 투명하게 공개하고 그 이유를 설명한다. 한국 기업들도 이러한 투명성을 갖추되, 동시에 국내 에너지 정책 차원에서 저탄소 전원의 비중을 확대하는 움직임이 더해져야 한다.

결론

SBTi 표준 2.0의 도입은 글로벌 탄소중립 규제에 대응하는 한국 기업들의 유연성을 크게 높였다. 기업별·산업별 맞춤형 목표 설정이 가능해짐으로써 현실적인 달성이 한 발 가까워진 것이다.

다음 단계로 고려할 점:
- 자사의 현황을 분석하고 2.0 기준에 맞춘 감축 목표를 재수립하기
- 재생에너지 및 저탄소 에너지 계약을 확대해 실질적 감축 수단 확보하기
- 목표 달성 과정과 미달 사항을 투명하게 보고하는 체계 구축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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