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솔직했어요. 정해진 안무가 없는 공연이라니, 정말 공연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혹시 무대가 엉망이 되지 않을까 봐서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우리가 가장 생생하게 느끼는 순간들은 정해지지 않은 순간들이잖아요. 카톡 메시지를 받고 깜짝 놀라거나, 길 가다 친구를 우연히 만나거나, 누군가의 예상 밖 말에 웃음이 터져 나오거나. 그런 순간들이야말로 정말 '살아있다'는 느낌을 주니까요.

다음 주 월요일부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열리는 무용 '킬링 하이라키(Killing Hierarchy)'는 그런 살아있는 순간들의 연속이에요. 이 공연을 보면서 우리가 놓쳤던 현장성이 무엇인지 실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정해진 것이 없다는 약속, 70분의 즉흥

이 공연의 가장 큰 특징은 70분 동안 미리 정해진 안무가 없다는 것이에요. 무용수 8명과 악사 9명이 즉흥적으로 움직이면서 공연을 만들어가는 거죠. 마치 지금 이 순간에만 벌어지는 일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매 회차 완전히 다른 공연이 펼쳐져요. 같은 제목, 같은 장소, 같은 출연진이라도 당신이 보는 그 무대는 세상에 단 한 번뿐이에요. 목요일에 보는 공연과 금요일에 보는 공연이 완전히 다르다는 뜻이에요.

유튜브나 넷플릭스처럼 반복 재생되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 이런 현장성과 지금 이 순간성이 얼마나 귀한지 실감할 수 있게 해주는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무대가 관객석이 되고, 관객석이 무대가 된다

정말 특별한 건 여기예요. 관객도 공연의 일부가 된다는 것이죠. 무용수들이 객석으로 다가와 관객과 눈을 맞추고, 말을 걸기도 하고, "저리로 가!"라고 외치면서 움직임을 유도해요. 당신이 앉아있는 자리가 갑자기 무대의 일부가 되는 거예요.

공연 중엔 레이저가 객석을 가로지르고, 관객에게 나눠준 은박지가 빛을 난반사시키면서 무대와 객석이 하나의 공간으로 녹아들어요. 무대와 관객의 경계가 물리적으로 사라지는 거죠. 저는 이 부분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신성한 공간인 극장을 일상으로 변화시킨다는 발상 말이에요.

안무가 김관지는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유튜브나 넷플릭스처럼 반복 재생되는 콘텐츠가 넘쳐나는 시대에, 오히려 길에서 우연히 벌어지는 싸움 구경이 더 흥미로운 건, 그것이 진짜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하는 현상이기 때문"

그 말이 가슴에 와닿았어요.

'정답 없음'에 대한 불안이 있으시다면

혹시 당신도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정해진 안무가 없으면 공연이 산만하지 않을까?', '뭔가 부족하지 않을까?', '관객도 예측 불가능하게 끌려다니면 어떻게 하지?' 이런 걱정들 말이에요.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정해지지 않은 것에 대한 두려움 말이에요. 하지만 생각을 바꿔 봤어요. 우리가 정해진 것만 추구하면서, 얼마나 많은 현장성과 순간성을 놓치고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안무가는 또 이렇게 말했어요. "절대 난장이 벌어질 것 같지 않은, 신전 같은 공간인 세종문화회관에서 판을 벌이는 것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그 대비가 흥미로워요. 신성함과 자유로움이 충돌하는 그 순간에서 뭔가 새로운 감정이 생길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혹시 이 공연을 가고 싶다면

  • 공연 기간: 7월 24일(목)부터 27일(일)까지 (오늘은 21일, 사흘 뒤 시작)
  • 장소: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 무용수 / 악사: 무용수 8명, 악사 9명
  • 특징: 관객도 공연의 일부가 돼요. 편한 옷으로 가세요.
  • 매력: 같은 공연 제목이라도 매 회차 완전히 달라요. 당신이 보는 공연은 세상에 단 하나예요.

결론

정답 없음은 때론 불안하지만, 우리 삶도 정답 없는 순간들로 가득하지 않나요. 이 공연은 그런 순간의 소중함을 우리 몸과 마음으로 직접 느낄 수 있게 해줄 거예요.

안무가 김관지는 "위계와 질서를 전복하는 경험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어요. 우리 삶에서도 때론 정해진 질서에서 벗어나 흔들리고 뒤흔들리는 경험이 우리를 다시 살게 하지 않나요. 24일부터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벌어지는 이 특별한 판을, 당신의 일정에 꼭 끼워 맞춰 보세요. 당신이 보는 그 무대는 세상에 단 한 번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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