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은 하청·비정규직 노동자의 교섭권 확대를 명분으로 시행됐다. 3월 10일 시행 이후 4개월간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원청 사용자성 판단 신청만 해도 458건에 이른다. 이를 보면 법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458건 가운데 89.1%(408건)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소속 하청 노조가 신청했다. 상급단체가 없는 하청 노조는 10.9%(50건)에 불과하다. 통념과 현실의 간격이 여기서 드러난다.

법의 취지와 집행 결과의 불일치

노란봉투법이 약속한 것은 '모든 하청 노동자의 교섭권 확대'였다. 그런데 실제로는 조직력 있는 양대노총에 속한 노조만 이 법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역설적이다.

포스코의 사례가 이를 명확히 보여준다. 민노총과 한국노총에 속한 포스코 하청 노조는 각각 포스코와의 개별 교섭을 인정받았다. 반면 양대노총에 소속되지 않은 포스코 분사·협력사 노조는 같은 신청에서 기각됐다. 같은 법 아래 같은 조건의 기업이지만, 결과는 다르다.

민노총 산하의 돌봄공동교섭단은 정부 부처와 공공기관 등 57곳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고, 이를 위해 노정 협의체까지 꾸렸다. 상급단체의 지원 없는 하청 노조가 이 규모의 교섭을 감당할 수 있을까?

놓친 변수: 절차 감당 능력의 격차

통상 법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정보·인력·경험 같은 기초 조건이 필요하다. 노란봉투법의 핵심 절차인 '사용자성 판단'은 법률적으로 복잡하다. 원청의 지배력을 입증해야 하고, 노동위 판정에 불복하면 행정소송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 노조 관계자의 증언은 직설적이다. "상급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하청 노조는 인력과 경험 등이 부족해 노동위 절차를 감당하기 쉽지 않다."

실제로 한화오션은 중앙노동위의 '사용자성'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과 집행정지를 제기했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이 취한 첫 행정소송 사례다. 양대노총의 인력 동원 능력이 있어야만 이런 소송전에 버틸 수 있다는 뜻이다.

리스크: 교섭 양극화의 심화

통상 정책은 '약자 보호'를 명분으로 시작하지만, 집행 단계에서 '강한 자를 더 강하게' 만드는 함정이 있다. 노란봉투법이 정확히 그 경로를 따르는 중이다.

법이 의도한 약자(노조 없는 비정규직, 소규모 하청 노조)는 여전히 원청 교섭의 문턱에서 막혀 있다. 동시에 양대노총은 법으로 인정받은 교섭권을 가지고 조직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이는 노동 시장 내 양극화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나

앞으로 주목할 지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50건의 상급단체 미소속 신청 사건들이 어떤 판정을 받을 것인가. 승률이 89% 집단과 같은 수준이면 법이 기능한다는 신호다. 낮으면 진짜 문제는 법 자체가 아니라 그 집행이라는 뜻이다.

둘째, 행정소송이 본격화되면 어떤 법리가 원청 우호적으로 확립될 것인가. 한화오션의 행정소송 결과에 따라 향후 사용자성 판단의 기준이 바뀔 수 있다.

셋째, 상급단체의 지원 체계가 개선될 것인가. 현재의 구조적 격차는 상급단체 소속 여부만으로 결정되고 있다. 이는 법의 취지 자체를 훼손한다.

결론

노란봉투법이 약속한 것은 교섭권의 확대였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교섭 능력에 따른 분화다. 법이 모두에게 같은 무기를 쥐어줬지만, 무기를 쓸 능력은 애초부터 불평등했다. 이것이 노란봉투법이 노출한 진짜 리스크다.

정책의 실효성을 판단하려면 다음 번 데이터 공개를 기다려야 한다. 상급단체 미소속 노조의 승률, 행정소송의 추이, 실제 교섭 체결 건수가 낮아질수록 법의 기능은 형식에만 남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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