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생 살해범 장윤기 사건의 부실 수사 의혹이 최상층 경찰 지휘부까지 확대되고 있다. 21일 광주지검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특별수사단은 서울 서대문구 국수본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이는 경찰이 경찰의 수사 최고 지휘 기관을 압수수색하는 초유의 사태다.
검경 동시 압수수색의 규모
광주지검은 오전 6시 15분, 경찰청 국수본 특별수사단은 오전 7시 30분부터 각각 국수본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이 경찰보다 약 1시간 15분 먼저 착수했다. 양 기관은 강력범죄수사과장실, 강력범죄수사계, 성폭력수사계, 스토킹수사계 등을 동일하게 대상으로 삼았다.
압수수색 영장에는 증거 인멸 방조와 공무상 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구속되거나 입건된 광산경찰서 관계자들이 피의자로 기재됐다. 검찰은 다음 인물들의 통신 기록을 특히 중점 수집했다.
- 박모 경감(58세) / 수사팀장, 증거 인멸 혐의로 구속 송치
- 장모 경감(56세) / 장윤기 아버지
- 당시 보고 라인에 있던 국수본 관계자들의 휴대전화
이번 수사에서 검찰은 초기 단계부터 박모 경감과 장모 경감 사이의 통화 녹음본을 확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성범죄와 살인 '분리 수사' 지시 의혹
국수본 강력범죄수사과는 초동 수사팀이 '장윤기의 성범죄와 여고생 살인 사건을 분리해서 수사하라'는 지시를 했다는 의혹을 부인하지 않았다. 강력범죄수사과 관계자의 공식 입장은 다음과 같다.
살인 사건을 송치해야 하는 법정 기한 내에 또 다른 성폭력 사건까지 한꺼번에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수사의 완결성을 확보하기 위해 성폭력 사건은 전담 부서인 여성청소년과에서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이 설명은 두 사건을 의도적으로 분리했다는 의혹과 그 배경에 관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경찰 내부 규정상 살인 사건의 송치 기한이 존재하며, 이것이 수사 전략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최상층 수사 지휘의 의심 구조
검찰과 경찰이 국수본을 동시에 압수수색한 것은 단순한 기관 간 대립이 아니다. 검찰 관계자는 "국수본의 통상적인 업무가 아닌 범죄가 의심되는 정황이 발견돼 영장을 청구했고, 법원도 영장을 발부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다음 두 가지 가능성을 동시에 검토하는 수사다.
- 광산서 경찰관 등이 증거 인멸, 공무상 비밀 누설을 독자적으로 저질렀는가
- 광주경찰청이나 국수본의 개입·지시가 있었는가
압수수색 영장에는 당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까지 포함되려 했으나, 법원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론
광산서 부실 수사 의혹은 이제 경찰의 최상층 지휘 라인까지 수사 범위를 넓혔다. 21일의 동시 압수수색은 경찰이 자신의 수사 지휘부를 의심하는 구조로, 한국 경찰 역사에서 극히 드문 사태다.
검찰은 통화 녹음본, 휴대전화 기록 등 직접 증거를 이미 확보한 상태에서 국수본을 압수수색했으므로, 수사는 상당한 진전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수사의 결과는 향후 경찰 조직의 신뢰도와 수사 지휘 체계의 투명성 강화에 직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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