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념: 보완수사권 폐지가 검찰개혁의 핵심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이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보완수사권 폐지를 둘러싼 본격적인 절차에 들어갔다. 青(청와대)은 "어떤 결정이 나오든 존중"하면서도 "이르면 이번 주 내 법안소위 심사를 마무리할 방침"이라며 빠른 처리를 재촉했다. 표면상 이 발언은 중립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여기 숨은 함정이 있다. 청와대가 "빠른 결론"을 강조한다는 것 자체가 의미하는 바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일반 시민들 사이에서는 보완수사권이 검찰권 남용의 핵심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수사와 기소를 한 조직(검찰)이 독점하면 진실이 왜곡된다는 논리도 설득력 있어 보인다. 그래서 "폐지하면 모든 게 해결되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생긴다.
맹점: 1%의 남용을 100%의 폐지로 단순화하다
이번 정책의총에서 참석한 전문가들의 발언은 통념을 정확히 겨냥한다.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찰권 남용은 전체 사건의 1%도 안 되는 직접수사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직접수사와 보완수사의 구분이다.
- 직접수사: 검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주도적으로 수사하는 경우. 권력형 비리·정치인·공직자 사건 등에서 검사의 자의성이 드러난다.
- 보완수사: 경찰 수사 후 검사가 부족한 부분만 보조적으로 수사하는 경우. 성격이 전혀 다르다.
김규현 변호사도 "검찰의 흑역사는 수사개시권의 역사였다"며 직접수사가 원죄였음을 강조했다. 즉, 검찰개혁의 진짜 과제는 직접수사권을 제한하는 것이지, 보완수사권 전체를 폐지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진짜 리스크: 피해자 구제와 2차 피해의 역설
그런데 반대 진영의 주장도 무시할 수 없는 위험성을 제시한다.
유승익 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검사의 보완수사가 피해자의 인격권을 훼손하고 심각한 2차 피해를 야기하는 걸림돌로 작동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가 이미 경찰 수사를 거쳤는데, 검사가 다시 보완수사를 명목으로 피해자를 재차 조사하면서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 경우 폐지가 오히려 피해자를 보호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
황문규 중부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수사한 자가 기소를 결정하면 진실이 왜곡된다"며 보완수사 역시 검사의 직접수사라는 점을 강조했다. 즉, 용어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최종 결정을 내리느냐'가 핵심이라는 주장이다.
구조적 함정: "존중한다"는 말 뒤의 의도
청와대의 발언을 다시 읽어보자. "어떤 결정이 나오든 청와대는 존중할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보완수사권 결론이 난 뒤) 이후 상황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 표현에는 미묘한 정치적 신호가 있다. 표면상 중립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당이 빠르게 결론을 내리기를 원하며, 그 결론이 나온 후 대통령실이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만약 폐지가 결정되면 이후 피해(예: 수사 지연, 피해자 보호 부족)에 대한 책임은 여당에게 물을 수 있고, 청와대는 '존중했다'는 입장으로 물러날 수 있는 구조다.
의심해야 할 지점: 정말로 '존중'일까
- 폐지 결정 후 수사 지연: 경찰의 수사 능력 부족으로 사건 해결이 늦어질 가능성
- 피해자 보호 공백: 가해자가 이탈하거나 증거 멸실 우려
- 여당 내 갈등 심화: 폐지/존치 진영의 대립이 추후 당론 합의를 어렵게 할 가능성
결론
청와대의 "어떤 결론이든 존중"이라는 발언은 겉으로는 중립이지만, 실제로는 빠른 결론을 압박하면서 이후 책임을 여당에게 전가하는 정치적 수사일 가능성이 높다.
보완수사권 폐지는 단순한 법 개정이 아니라, 형사사건 처리 전체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통념처럼 "폐지하면 모두 해결"이라는 보장이 없으며, 오히려 수사 공백이나 피해자 구제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
지금 봐야 할 것은 다음과 같다:
- 폐지 결정 후 경찰의 수사 역량 강화 방안이 마련되었는가
- 성범죄·아동학대 등 피해자 보호 사건에서 대안 절차가 있는가
- 폐지와 동시에 직접수사권 제한 조항이 함께 논의되고 있는가
정치적 타이밍과 법적 타당성을 분리해서 평가해야 하는 시점이다.
#보완수사권논쟁 #검찰개혁 #靑與정치 #형사소송법개정 #수사권기소권분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