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거대 결장증 아이를 구하지 못한 의료 사각지대

지난달 21일 경기 고양시의 생후 19개월 아기가 고열(39.5도)과 토혈 증상으로 종합병원 응급실에 도착했다. 선천성 거대 결장증 수술 경력이 있는 이 아이는 즉시 소아 내시경 검사와 전문 치료가 필요했다. 그러나 해당 병원에는 소아내시경 장비도, 소아청소년과 세부 전문의도 없었다. 서울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전원되던 중 심정지가 발생했고, 부천 종합병원으로 급히 옮겨졌지만 결국 사망했다.

이는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다. 중증 응급 소아환자들이 치료받을 수 있는 시설을 찾지 못해 병원 간 이송 중 악화되는 '응급실 표류' 현상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원인: 지역 불균형과 인력난의 구조적 악순환

정부가 2016년 지정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 14곳의 배치를 보면 문제가 명확하다.

  • 수도권 편중: 14곳 중 9곳이 수도권에 집중, 비수도권은 5곳뿐
  • 일부 권역 완전 공백: 호남(광주전남), 강원, 제주에는 소아응급센터가 0곳
  • 전문의 불균형: 전국 소아응급센터 전문의 104명 중 지방은 26%(27명)에 불과

지방 센터의 현실은 더 심각하다. 충남 천안시 순천향대 천안병원의 류정민 센터장과 세종시 세종충남대병원의 서정호 센터장은 모두 1명이 홀로 당직을 선다. 보호자 동의부터 기관 삽관, 인공호흡기 조작, 영상 검사와 판독까지 모든 책임이 한 명에게 집중된다. 더욱이 세종충남대병원은 전문의 부족으로 주 4일만 24시간 진료하고, 나머지 날은 오전 10시~오후 10시까지만 운영한다.

인력난의 근본 원인은 명확하다.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으로 인한 배후 진료(세부 전문의) 인력 부족이 악순환을 심화시킨다. 낮은 보수, 높은 난도의 환자 관리, 제한된 경력 가능성이 의사들을 이 분야에서 멀어지게 한다.

전망과 시사점: 정책 개입 없이는 지속될 위기

현재 상황이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센터장들이 지적하는 바는 일관되다. 류 센터장은 "당직자가 모자라 병원을 비우고 전원에 동행할 때도 있다"며 절망을 드러냈고, 서 센터장은 "경기 남부권과 충북 지역 소아 환자도 많은데 전문의를 구하는 게 쉽지 않다"고 호소했다.

문제 해결에는 구조적 개입이 필수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방안은:

  • 인건비 인상: 지방 근무의 경제적 불이익 완화
  • 승진·경력 인센티브: 지방 소아 전문의 양성에 대한 장기 지원
  • 권역별 센터 재정비: 공백 지역에 신규 센터 설립 또는 광역화

그러나 이들 개입이 실현되려면 정부 정책과 의료계의 협력이 필요하고, 현재까지 진행 상황은 제한적이다.

결론

응급실에서 소아내시경을 못해 다른 병원으로 옮기다 숨진 아기의 사건은 한국 의료 시스템의 지역 격차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14개 소아응급센터의 9개가 수도권에 몰려 있고, 지방 센터는 전문의 1명으로 365일을 감당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 위기를 타개하려면:

  • 즉시: 중증 소아 응급환자 발생 시 수도권 이송 체계 강화 및 전원 중 응급 처치 프로토콜 재검토
  • 단기: 지방 소아청소년 전문의 확보 위한 정부 인센티브 정책 추진
  • 장기: 비수도권 소아응급센터 추가 지정 및 질병관리청 중심의 권역별 의료 네트워크 구축

#피토해응급실간아기소아내시경못해병원옮기다숨져 #소아응급의료 #지방의료공동화 #의료불균형 #소아청소년과인력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