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통념은 '진술거부면 수사도 막힐 것'

언론과 대중의 일반적인 인식은 이렇다.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하면 수사가 교착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서울남부구치소에 구속 수감 중인 김건희 여사가 22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50분경까지 진행된 종합특검(권창영) 조사에서 "수사팀의 질문에 전부 진술을 거부"했다는 발표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건의 진전이 더뎌질 수 있다는 신호로 읽혔다. 특히 2월 25일 종합특검 출범 이후 147일 만의 두 번째 조사였고, 19일로 예정된 조사가 건강상 이유로 21일, 다시 22일로 연기되면서 '시간끌기' 전략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나왔다.

하지만 진술거부가 수사 중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 통념은 법적·절차적 맹점을 놓친다. 첫째, 피의자 진술은 증거 채집의 여러 방법 중 하나일 뿐이다. 종합특검은 이미 인테리어 업체 21그램의 대통령 관저 이전 공사 수주,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김 여사가 "1012만 원 상당의 디올 의류 등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을 제시했다. 이는 문서·금융 거래 기록·증인 진술·통화 기록 등 다른 증거로 뒷받침될 수 있다. 진술 거부가 이런 증거들의 수집과 검증을 막지는 못한다.

둘째, 관저 이전 공사의 정당성 자체가 법적 분쟁의 핵심이다. 이미 구속 기소된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국가재정법의 관련 법령을 준수해서 진행된 절차"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는 행정안전부 예산 전용 과정에서 국가재정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절차적·회계적 증거들이 중심이 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피의자 진술보다는 기록 증거의 우월성이 높은 영역이다.

실제 리스크: 증거 대결과 법적 해석 논쟁

더 주목할 맹점은 장기화다. 진술거부 상태에서 다른 증거들의 수집과 검증,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법적 해석이 진행되면 수사는 단기간에 마무리되지 않을 공산이 크다. 또한 이 사건은 단순한 금품 수수 의혹을 넘어 국가재정법,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직권남용, 알선수재 등 여러 법률이 얽혀 있다. 각각의 법적 책임 판단이 독립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가장 깊은 함정은 절차적 정당성 논쟁이다. 피의자 측과 수사 기관이 "정당한 절차였는가"를 두고 대립하게 될 때, 법원의 판단까지 2~3년 이상 걸릴 수 있다. 진술거부는 형사소송법상 권리이지만, 이것이 사건의 해명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기록 증거 중심의 수사로 전환되면서 수사 기간은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게 법적 현실이다.

그래서 무엇을 봐야 하는가

첫째, 금융 거래 기록이 핵심이다. 21그램과 김 여사 또는 관련 인물 사이의 금품 거래, 그리고 공사 수주 시점 전후의 자금 흐름. 이는 진술 없이도 추적 가능하다.

둘째, 증인 진술의 신뢰성이다. 공사 담당자, 정부 관계자, 21그램 관계자들의 증언이 엇갈리면 법적 판단이 지연된다. 진술거부하는 피의자 한 명이 아니라 다수의 증인 진술이 사건의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셋째, 절차적 정당성 논쟁이 어디까지 확대될 것인가다. 국가재정법 준수 여부는 이미 법적 쟁점이 되었다. 이것이 어느 쪽으로 판단되든 상급 법원의 재판까지 길어질 가능성이 높다.

진술거부는 사건을 숨기는 방법이 아니라 법적 권리일 뿐이다. 진짜 중요한 것은 그 뒤의 증거 대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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