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이름 다른 설계, 두 척의 거북선이 가진 형태 차이
국립해양유산연구소가 펴낸 '거북선 학술 복원 보고서'에 따르면 같은 이름으로 불렸던 거북선이 실제로는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두 가지 형태로 나뉘어 운용되었다. 1795년 편찬된 '이충무공전서'에 기록된 통제영 거북선과 전라좌수영 거북선을 각각 공학적으로 검증한 것으로, 두 배의 설계 목적과 운용 방식이 뚜렷이 달랐음을 보여준다.
방어 중심의 통제영 거북선
삼도(경상·전라·충청) 수군을 총괄하던 통제영의 거북선은 '방어 우선형'으로 설계되었다. 이는 지휘본영의 안정성과 보호를 최우선으로 한 선택이었다.
- 개판(蓋板, 덮개) 위에 돛대를 세운 구조
- 개판에 구멍을 두지 않아 차폐 성능 극대화
- 뱃머리 귀두에 화포 장착으로 전면 사격 대비
- 측면 노 젓는 방식으로 안정성 확보
기동성 중심의 전라좌수영 거북선
전라좌수영의 거북선은 '기동·현장 운용형'으로 실시간 전투 대응에 무게를 두었다. 야전 지휘와 빠른 움직임이 필요한 상황에 맞춘 설계다.
- 돛대 없이 노의 기동력 극대화
- 개판에 반육각형 개구부를 두어 관측과 지휘 용이
- 뱃머리에 화염·연기를 내뿜는 염기(焰氣) 장치 탑재
- 좁은 시야에서도 전투 지휘 가능하도록 설계
기존 통설 재검토로 드러난 기술적 차이
이번 연구는 단순한 형태 비교를 넘어 거북선의 구조 설계까지 근본적으로 재평가했다. 기존의 거북선 도설(圖說)을 '제도화된 이해의 산물'이자 '도해적 자료'로 본 것이다.
- 기존 통설: 선박 밑(저판)이 앞뒤·좌우로 완전히 평평한 평저선
- 연구 결과: 좌우는 평평하되 선수와 선미는 위로 들린 만곡형
- 노의 길이: 서서 젓는다면 7m 이상 필요 vs 앉아서 젓는다면 5m 안팎으로 축소 가능
- 격군(格軍, 노 젓는 수부)의 자세: 갑판 아래에서 앉아서 노를 젓는 한국식 방식
역사 연구의 실험적 접근 방식
이번 연구팀의 결론은 문헌 해석에만 그치지 않았다. 직접 배를 만들어 항해까지 한 뒤 도출한 결과다. 바다에서 파도가 일 때 서서 노를 젓는 것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검증하며, 거북선이 가변적 전투 플랫폼으로 운용되었음을 보여준다.
결론
거북선은 '공통의 조선(造船) 기술 위에서 변주된 가변적 전투 플랫폼'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통제영의 방어 우선형과 전라좌수영의 기동·현장 운용형은 각 수영의 전술 환경 차이에 따라 별도로 설계·운용되었다. 이는 조선 시대 해전 전술이 단순한 일괄 설계가 아니라 현장의 요구에 맞춰 유연하게 대응되었음을 의미한다. 관심 있는 독자라면 국립해양유산연구소의 전체 복원 보고서를 통해 공학적 검증 과정을 상세히 확인할 수 있으며, 역사 자료를 읽을 때 도설의 한계를 고려해야 함을 배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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