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알파벳)의 케팩스(자본적 지출) 확대 선언과 함께 국내 증시가 한 달 만에 숨을 고르고 있다. 어제 코스피는 전장 대비 4.16% 올라 7,080선을 회복했고, 코스닥은 5.17% 상승하며 788선대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4거래일 연속 순매수(어제 2조 4천억 원 규모)를 이어가고 있고, 개인은 반대로 매도 중이다. 이 수급 구도 전환이 시장을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다.
빅테크의 AI 투자 확대, 반도체 공급망 재편
구글이 내년 케팩스를 2050억 달러로 확대하기로 선언한 것이 시장의 변곡점이 됐다. 이는 클라우드 매출 82% 증가라는 실적과 함께 나온 발표로, 빅테크 5개사(M7)의 내년 총 케팩스 투자 규모가 약 1조 달러에 이른다는 점이 강조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신호에 빠르게 반응했다. 구글이 CAPEX를 늘린다는 것은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포함한 반도체 발주가 지속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는 어제 5% 이상 상승했고, 삼성전자도 강세를 유지했다.
확산의 장, 반도체 독주 시대 끝나다
주목할 점은 어제 반등이 반도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승 종목이 코스피·코스닥 합산 2,000개를 넘어섰고, 전력기기·조선·로봇주·바이오 등 다양한 섹터가 동반 상승했다. 이전 몇 개월간 반도체 쏠림 현상이 심했던 만큼, 이러한 확산은 시장이 정상화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LS일렉트릭(17% 상승), 두산로보틱스 등이 실적 발표와 함께 강하게 반응하며 매물대를 뚫었다.
수급 구도 전환, 하지만 거래량 논란
외국인의 연속 매수는 기계적 매도 압력이 이제 해소되고 있다는 신호다. MSCI 이머징마켓 지수에서 SK하이닉스 비중이 높아 자동 매도되던 것이 이제 줄어들고 있으며, 국내 시가총액이 현저히 낮아진 구간에서 외국인들이 매수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기관도 동반 매수(어제 약 1천억 원) 중이다.
그러나 우려 요소도 있다. 거래량이 138조 원대에서 100조 원으로 축소됐다는 점이다. 높은 수준에서 시작한 반등에도 거래량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이는 과거의 강한 매도세가 유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부 투자자들이 "원금만 오면 팔겠다"는 심리로 매물을 들고 있는 상황이다.
중동 위기 & 금리 상승, 시장의 족쇄
긍정적 신호에도 짐이 있다. 홍해 유조선 피격이 계속되면서 유가가 94달러(브렌트유 기준)까지 올라가고 있고,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64%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란-미국 간 긴장이 고조되면서 '도우콘' 지수(미국 국방부의 비공식 경계 지표)가 '1단계'를 기록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리 상승은 또 다른 변수다. 다음 주 FOMC 개최 시 7월 금리 인상 확률이 지난주 10%에서 현재 34.7%로 대폭 올랐으며, 9월을 포함한 연내 금리 인상이 77.9%까지 오른 상황이다. 이는 금융 시장의 경계심이 여전함을 드러낸다.
결론
국내 증시의 반등은 구글의 케팩스 확대 선언과 외국인 수급 전환이 만든 긍정 신호다. 반도체 독주 체제에서 벗어나 확산의 장으로 전환되는 모습도 건전하다. 다만 거래량 축소와 중동 위기, 금리 상승 우려가 남아 있다.
- 당분간 추세 확인할 것: 다음 주 FOMC와 SK하이닉스 실적(29일)이 시장 방향을 결정할 핵심이므로, 이 이벤트들을 통해 반등의 지속성을 검증해야 한다.
- 거래량 회복 추이 관찰: 138조 수준으로의 거래량 복귀가 반등의 저력을 판단하는 척도다.
- 포지션 조정은 신중히: 개인의 매도 추세가 계속되는 만큼, 한 번의 반등에 무리한 추격 매수는 지양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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