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약세 속 유일한 '역주행' 대형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던 코스피 강세장이 무너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달 23일 291만9000원에서 현재 191만9000원으로 34.26% 하락했고, 삼성전자도 같은 기간 35만3500원에서 27만원으로 23.62% 빠졌다. SK하이닉스 지분을 다수 보유한 SK스퀘어도 197만원에서 122만1000원으로 38.02% 추락했다.
이 속에서 한 종목이 혼자 날아올랐다. SK이터닉스다. 지난 달 23일 4만100원에서 현재 8만600원으로 정확히 101% 상승했다. 한 달 만에 주가가 2배 뛴 것이다. 반도체 투자심리가 급랭하는 와중에도 신재생에너지 사업자가 시장의 주목을 받은 까닭은 무엇인가.
거시 요인 3가지가 동시에 작용
첫째, 국제 유가 상승이 신재생에너지의 상대적 경쟁력을 부각시켰다.
화석연료 가격이 오르면 태양광·풍력 같은 대체에너지의 경제성이 상대적으로 높아진다. 이는 투자자들의 자금 이동을 자극하는 기본 메커니즘이다. 같은 기간 반도체 약세로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에서, 에너지 전환이라는 장기 트렌드와 단기 유가 상승이 겹쳤을 때의 심리적 영향은 크다.
둘째, 정부 정책이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정부가 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제도를 개편하면서 입찰 또는 직접 전력구매계약(PPA) 시장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DS투자증권 안주원 연구원은 "정부 정책에 따라 국내 태양광 시장 규모가 연간 3GW 수준에서 5~6GW로 크게 확대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중요한 점은 국내에서 재생에너지 사업을 규모감 있게 진행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정책 수혜는 소수 기업에 집중될 수밖에 없고, SK이터닉스가 그 수혜자로 주목받고 있다.
셋째, KKR과의 전략적 협업이 투자자 신뢰를 높였다.
SK는 지난 2일 세계 최대 사모펀드 KKR과 신재생에너지 통합법인 지분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그룹에 흩어져 있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하나로 통합하며, KKR이 51%, SK가 49%를 보유한다. 신영증권 박세라 연구원은 "자본 부담은 낮아지고 개발 파이프라인의 회전율은 높아지는 구조"라며 "직접 PPA가 누적될수록 안정적인 현금흐름이 쌓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글로벌 대형 펀드의 참여는 사업 타당성에 대한 외부 검증 신호로 작용했다.
과열 우려와 실적 검증의 시간
다만 신중론도 제기된다. 한 달 새 주가가 2배로 뛰면서 단기 과열 지적이 나온다. 증권가는 당장 2·4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태양광 사업의 잔여 사업량 일부가 3·4분기로 이연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주가 급등이 정책 기대와 장기 트렌드에 기반하지만, 단기 실적으로 뒷받침되지 않을 수 있다는 신호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책 실행 속도, PPA 계약 체결 실적, 실제 현금흐름 개선이 얼마나 빠르게 나타나는지가 중요한 검증 포인트다.
결론
SK이터닉스의 역주행은 단순한 개별 종목의 강세가 아니라, 에너지 전환 정책, 유가 변동, 글로벌 자본 유입이라는 거시 요인의 동시 작용 결과다. 다만 현재의 주가 수준이 실제 사업 성과로 정당화될 수 있을지는 향후 분기별 실적 공시와 PPA 계약 현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다음 3가지를 주시해야 한다.
- 2·4분기 연결 실적 및 재생에너지 부문 영업이익 추이
- 정부 RPS 제도 개편 세부 내용 발표와 입찰·PPA 시장 규모 변화
- KKR과의 통합법인 출범(연말 예정) 이후 프로젝트 파이프라인 진전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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