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황: 언어와 역사를 바꾸는 AI
지난 28일 중국 AI 챗봇 딥시크에 "중화민국이 무엇인가"라고 질문하자 돌아온 답변은 충격적이었다. "중화민국은 더 이상 국가가 아니며 중화인민공화국이 중국 내 유일한 합법 정부"라는 중국 정부의 입장만 반영된 것이다. 이는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 지정학적 갈등이 AI 공간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만은 사이버 공간에서 심각한 정체성 위기에 직면했다. 동일 언어인 중국어를 사용하지만 중국의 압도적인 문서 생산량에 밀려 대만의 정치·사회 정체성에 관해 AI가 올바른 답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 빈번해진다. 글로벌 AI를 그대로 사용하면 인터넷의 중국어 데이터 대부분이 중국 본토에서 생산되는 탓에 대만의 번체자, 고유 어휘, 역사적 경험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원인: 거시 데이터 불균형과 기술 종속성
근본 원인은 데이터 생산량의 불균형이다. 중국은 인구 14억 명, GDP 기준 세계 2위의 경제규모를 바탕으로 인터넷 콘텐츠를 지속 생산한다. 반면 대만 인구 2,300만 명의 상대적 데이터 규모는 대형 언어모델(LLM) 학습 과정에서 과소 대표된다. 이는 기술 문제가 아니라 경제·인구 규모의 구조적 문제다.
미국 AI에만 의존하는 것도 위험하다. 미국 정부는 최첨단 AI 모델과 반도체에 수출 통제를 가하고 있다. 앤트로픽이 성능 최고 AI 모델의 외국 제공을 제한받고 오픈AI도 일부 최첨단 시스템에 접근 제한을 검토하는 상황이 그것이다. 대만은 미국·중국 사이의 기술 갈등 속에서 제3의 길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다.
전략: 타이드(TAIDE)로 AI 주권 확보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는 자체 생성형 AI 모델 '타이드(TAIDE)'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세대 모델은 2024년 공개됐으며, 올해 8~9월에는 미국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를 대거 도입해 성능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타이드의 개발 방식은 경제적·기술적 현실성을 반영한다. 구글의 오픈소스 모델 젬마(Gemma)를 기반으로 대만의 고유 데이터를 입혀가는 방식이다. 행정 문서, 소수민족 언어, 대만식 문화·사회 맥락을 학습시켜 중국 중심의 해석에서 벗어나는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황헌센 대만 중앙연구원 정보과학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자체 AI를 보유하지 못한다는 것은 우리 사회 두뇌를 외부에 맡기는 것"이라며 "타이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침식으로부터 대만의 언어와 역사, 사회적 자율성을 지켜낼 AI 방파제"라고 설명했다.
전망: 소버린 AI의 경제학
대만의 AI 주권 투자는 기술 자립을 넘어 거시경제 전략이다. 중국 AI에 종속되면 언어와 역사 인식까지 중국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고, 이는 사회 정책, 교육, 문화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소버린 AI(국가·지역 고유의 AI)는 데이터 주권, 문화 독립성, 기술 자립의 결합이다.
다만 과제도 크다. 오픈소스 없인 자립이 힘든 구조에서 타이드는 젬마 같은 글로벌 기반 모델에 의존한다. 반도체 공급망(엔비디아)도 미국 수출 정책에 노출돼 있다. 타이드의 성공은 미국의 오픈소스 정책, 반도체 수급, 대만 내 데이터 축적 속도에 달려 있다.
결론
대만의 타이드 개발은 단순한 기술 프로젝트가 아니라 지정학 시대의 문화 경제 전략이다. 중국의 데이터 압도력과 미국의 기술 통제 사이에서 자신의 언어와 정체성을 지키려는 투자다.
다음 단계:
- 기술·정책 전문가: 타이드의 학습 데이터 규모, 반도체 도입 일정, 오픈소스 라이선스 검토
- 기업·투자자: 대만 AI 생태계의 진입 시점, 관련 기업 포트폴리오 구성
- 정책 입안자: 소버린 AI 모델 지원 정책과 데이터 공개 범위 간의 균형점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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