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춘 협상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한국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간 무역협상이 재개 국면에 진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브라질 방문 중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양자 실무그룹 설치에 합의한 것. 목표는 12월 메르코수르 정상회의에서 협상 재개를 공식 발표하는 것이다.
메르코수르의 규모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브라질·아르헨티나·파라과이·우루과이 등 4개국으로 구성된 이 블록의 인구는 3억 명, 국내총생산(GDP)은 약 2조 9000억 달러에 달한다. 지난 2018년 첫 협상을 시작한 후 8년 만에 '남미의 유럽연합'이라 불리는 이 거대 시장을 두드리는 기회다.
다만 길었던 침묵이 말한다. 2021년 7차 협상을 끝으로 5년간 후속 논의가 중단된 상태였다. 검역 문제 등 시장 개방을 둘러싼 이견이 장벽이었다. 이번 합의가 단순한 절차적 진전인지, 실제 타결로 이어질 실마리인지가 관심사다.
글로벌 경제 변화가 시장 개방을 재촉하다
협상 재개의 배경에는 국제 통상 환경의 급변이 자리 잡고 있다. 당사국들이 공동 언론 발표에서 "국제 통상 환경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를 반영한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세 가지 흐름이 교차하고 있다. 첫째, 핵심 광물 확보 경쟁의 심화다. 에너지 전환(그린 에너지 전환)의 가속화로 리튬·코발트 같은 필수 광물의 공급망 재편이 일어나고 있다. 메르코수르 지역, 특히 볼리비아와 인접한 남미는 이들 광물의 주요 공급원이다. 둘째, 공급망 다각화 움직임이다. 팬데믹 이후 단일 공급처 의존도를 낮추려는 글로벌 추세가 강해졌다. 셋째,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중요성 상승이다. 메르코수르 국가들도 아시아 시장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현재 브라질 내 가장 많은 투자를 하는 국가로, 이번 협상 재개는 기존 투자 포지션을 강화하고 메르코수르 전체로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
협상의 과제와 12월 마지노선
이번 실무그룹 설치는 긍정 신호지만, 실제 난제들은 여전히 협상 테이블 위에 있다. 룰라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한국 측이 브라질 내의 여러 가축 도축장에 대한 현지 실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검역 기준 해소가 협상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또한 메르코수르 측은 제조업 분야의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는데, 양쪽의 산업 보호 이익이 충돌할 수 있다.
12월 메르코수르 정상회의는 양국의 '재개 의지'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협상 재개 발표가 이루어지면 이후 본협상은 더욱 구체적인 양허안(관세 인하 범위) 조율 단계로 넘어간다. 실무진(한국 측은 김용범 정책실장, 브라질 측은 부통령 지정)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결론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상 재개는 단순한 경제 협상 재개가 아니라 한국의 남미 진출 전략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신호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핵심 광물 경쟁이라는 거시 흐름 위에서 이 협상은 필연성을 갖는다.
실무자가 챙겨야 할 세 가지:
- 브라질의 검역 기준 변화 추이 모니터링: 현지 실사 일정과 결과에 주목해 제조업·농산물 진출 전략 수립의 선행지표로 활용할 것
- 메르코수르 대외 정책 동향 수집: 12월 정상회의까지 다른 국가의 협상 움직임(미국·EU 등)을 추적해 한국의 협상력 평가 시점 파악
- 광물·에너지 공급망 기회 발굴: 메르코수르와의 협상이 본격화하면, 핵심 광물 수입 다각화와 에너지 전환 부품 공급망 구축의 기회로 연결될 수 있는지 사전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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