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모듈원전(SMR) 기업 테라파워의 창업자이자 현 이사회 의장인 빌 게이츠 게이츠재단 이사장이 다음달 14일 한국을 방문해 한성숙 국무총리와 면담할 예정이다. 올해 초부터 가속화되고 있는 한·미 SMR 협력이 정부 차원으로 확대되는 신호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속에서 기술 선진국 미국과 제조 기반이 강한 한국이 어떻게 SMR 생태계를 구축하려는지, 그리고 이것이 한국 에너지 산업에 가져올 파급력을 분석한다.

현황: 기업에서 정부로 확대되는 협력

테라파워는 지난 3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로부터 와이오밍주 '케머러 1호기' 건설 허가를 받았고, 4월 원자로 본공사에 들어갔다. 미국에서 상업 규모 차세대 원전이 건설허가를 받은 첫 사례로, 기술 실현의 이정표를 세운 상태다.

한국 기업들의 참여도 구체적으로 진행 중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올해 1월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테라파워 지분 4000만달러(약 60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SK그룹은 2022년 2억5000만달러를 투자해 주요 주주로 자리 잡은 상태다. 제조 단계에서도:

  • HD현대중공업: 지난 5월 원자로 인클로저 시스템(RES) 핵심 설비 공급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 두산에너빌리티: 코어 배럴과 가드 베셀 등 핵심 기자재 제작·공급사로 선정

기자재·건설 분야에서의 역할 확대가 이미 계약 단계를 넘어선 상태다.

원인: AI 시대의 에너지 수급 격차

빌 게이츠 이사장은 지난해 8월 이재명 대통령 및 산업통상부 장관과의 면담에서 "SMR이 AI·반도체 산업의 전력 수요 증가에 효과적인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명시한 바 있다. 테라파워가 개발하는 나트륨냉각고속로(SFR) 기반 4세대 원자로 '나트륨'은 기존 경수로보다 높은 열효율과 소형화라는 장점을 갖는다.

한국 정부도 대규모 AI 데이터센터 가동을 위한 전력원으로 SMR 활용을 검토 중이며, 확보 시점을 앞당길 계획을 세우고 있다. 전 지구적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가 기존 에너지 정책으로는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 나온 움직임이다.

전망: 기술 이전과 공급망 다층화의 교집합

이번 방한의 실질적 의제는 세 가지 층위에서 읽힌다. 첫째, 정부 차원에서 에너지 정책의 중요도를 높이는 신호다. 당초 이재명 대통령과의 면담을 추진했으나 일정 조율로 총리 면담으로 조정된 것도, 에너지 외교의 중요성을 반영한다. 둘째, 테라파워 프로젝트에서 국내 기업의 역할 확대가 본격화되는 단계다. 기자재와 건설(EPC) 참여 확대가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셋째, 나트륨 원자로의 공급망 현지화다. 핵심 부품을 미국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한국이 기자재·인력·기술에서 다층적 역할을 확보하는 과정이다.

다만 아직까지 테라파워 프로젝트는 미국 현지 건설 단계에 있고, 한국 적용은 구체적 일정이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기술 실현, 규제 통과, 경제성 입증까지 넘어야 할 기술적·제도적 난제가 적지 않다.

결론

빌 게이츠의 방한은 SMR 협력을 기업 수준의 파트너십에서 국가 차원의 전략으로 격상하는 신호다. AI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증가는 글로벌 에너지 판도를 재편하고 있으며, 한국은 제조 기반과 원전 기술력을 토대로 이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는 중이다.

향후 주목할 지점:
- 8월 방한 면담 이후 발표되는 한·미 협력 로드맵 구체화 내용
- 국내 기업들의 테라파워 프로젝트 기자재 수급 진전 상황
- 한국 내 SMR 상용화 일정과 규제 체계 정비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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