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바우바우시의 학생들이 한글로 쓰기를 배운다는 뉴스를 처음 읽었을 때, 저는 좀 멍하기도 하고 한편으로 마음이 훈훈했다. 어떤 언어도 가지지 못한 민족이 한글을 자신들의 문자로 삼았다는 것, 그리고 그 학생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에게 우리의 글을 배우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한지 말이다.

하지만 동시에 한 가지 생각이 자꾸 떠올랐다. "그 학생들이 필요한 건 뭘까? 정말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뭐가 있을까?" 거리감 속에서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이 닿을 수 있을까, 하는 걱정 말이다.

고유 문자가 없던 찌아찌아어, 한글을 만나다

찌아찌아족은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들의 말을 적을 방법이 없었다고 한다. 고유 문자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2009년부터 한국의 한글 관련 민간단체들이 한글 강좌를 시작했고, 지금 현지에는 10여 개의 한글·한국어 교실이 운영 중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는 한글을 배우고, 고등학교 3곳과 특설 한글학교에서는 한국어를 가르친다. 정덕영 씨(65세)가 오래 현지에서 한글을 지도해 오고 있다. 처음에는 작은 시작이었겠지만, 이제 찌아찌아족의 학생들은 한글이라는 실제의 문자를 손에 쥘 수 있게 된 것이다.

우리가 놓친 작은 것, 그들에게는 매우 소중한 것

그런데 현지의 한글 교실이 필요한 것은 자료나 책만이 아니다. 뉴스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학생들은 어려서부터 필기에 주로 볼펜을 사용한다고 한다. 그래서 충북 청주에 본부를 둔 사단법인 훈청모(훈민정음특별시 청주만들기 시민모임)는 다음 달 20일까지 볼펜 모으기 운동을 진행 중이다.

목표는 약 2000여 개의 볼펜을 모아 바우바우시로 보내는 것이다. 훈청모는 충북 지역의 기관, 단체, 기업, 시민들을 대상으로 모금하고 있으며, 한국찌아찌아문화교류협회를 통해 현지의 한글 교사에게 전달할 계획이다.

나는 여기서 무언가 크게 와닿았다. 그것은 거창한 전시성 지원이 아니라, 정말 그곳에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실제로 모으는 행동이었기 때문이다.

청주의 인연, 바우바우의 인연

흥미로운 것은 청주와 인도네시아 바우바우시가 이미 작은 인연을 맺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남성과 청주의 여성이 바우바우시로 결혼해 이주했고, 이제 두 지역이 '사돈 관계'가 됐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도 청주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다듬은 지역이다. 거리는 멀지만 문자와 마음으로 연결된 곳이 되었다는 뜻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이 운동에 참여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 새 볼펜뿐 아니라 잉크가 충분히 남은 중고 볼펜도 기증할 수 있다
  • 기증 의사를 밝히면 방문 수거도 가능하다
  • 8월 20일이 마감이다

찌아찌아족 학생들을 위한 이 운동은 일회성이 아니다. 안남영 훈청모 사무처장은 "해마다 볼펜 수집·기증 운동을 하고, 청주 청소년들의 현지 방문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 번의 기부로 끝나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질 관계라는 뜻이다.

결론

먼 나라 학생들이 한글로 쓰기를 배운다는 생각만 해도 따뜻했는데, 이제 그들이 손에 쥘 펜이 우리 손에서 나간다는 것을 알게 되니 더욱 그렇다. 거리감 속에서도 정말 필요한 것을 알고 모으는 그 행동 자체가 이미 위로가 된다.

지금 당신의 집 어딘가에 있을 그 중고 볼펜이, 인도네시아의 어느 교실에서 누군가의 한글 공책을 채우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다음 단계:
- 집에 있는 새 볼펜이나 중고 볼펜 확인하기
- 훈청모 연락처나 기증 수거 신청처 찾아보기 (8월 20일 마감)
- 친구, 가족, 직장 동료들과 이 소식 나누기

#찌아찌아족한글교실에볼펜기부해주세요 #한글기부 #청주 #인도네시아 #교육나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