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방에 틀어박혀 편지를 긁적이는 모습이 자꾸 떠올랐다. 어제 개봉한 영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의 한 장면이다. 피터 파커는 "안녕하세요. 나는 피터 파커예요. 당신은 날 모르겠지만…."이라고 쓴다. 그리고는 범죄 알림이 뜨면 슈트를 입고 거리로 나선다. 가족도, 친구도 없는 상태에서.
얼마나 외로울까. 그 장면을 보면서 이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현실에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지우는 일
영화의 설정은 명확하다. 피터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자신의 신분이 전 세계에 노출되자, 연인 MJ와 절친 네드가 위험에 빠지지 않도록 모든 사람의 기억에서 자신을 지워달라고 요청했다. 뉴스에는 스파이더맨의 활약이 연일 보도되지만, 피터는 SNS로만 그들의 안부를 확인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누군가를 진심으로 보호하려다 보면, 때로 그 누군가의 곁에서 손을 놓아야 하는 순간이 온다.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자신의 존재를 삭제하는 일. 현실의 많은 사람들도 이런 선택을 하고 있지 않을까.
진정한 나로 살아갈 수 없는 괜찮을까 하는 불안감
영화에서 흥미로운 지점은 피터의 내적 갈등이다. 신체적 변화까지 찾아온다. 우연히 MJ를 다른 연인과 함께 있는 모습을 보자, 그의 몸에서 DNA 변이가 일어나고 제어 불가능한 새로운 거미의 힘에 사로잡힌다. 자신을 포기했는데도 통제되지 않는 감정과 욕망이 솟아난다는 설정이다.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숨기다 보면, 억눌린 감정이 튀어나올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몹시 불안해한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을까. 언제까지 이렇게 견딜 수 있을까. 혹시 내가 부러지지는 않을까.
인간이면서 동시에 영웅일 수 있다는 깨달음
영화가 전하는 성장은 여기서 시작된다. 악당의 질문에 피터가 답한다. "너는 피터 파커야, 스파이더맨이야?" 묻는 질문에 그는 "둘 다 나야"라고 대답한다.
자신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세상을 위해 무언가를 하면서도, 동시에 자신의 인간다움을 챙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것이 쉽지 않다는 걸 영화도, 우리도 안다. 하지만 그렇게 움직이는 것이 성장이라고 영화는 말한다.
결론
혹시 당신도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무너뜨리고 있진 않을까. 그 과정에서 내 존재를 완전히 지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진 않을까. 중요한 건, 지금의 당신도 그 선택을 한 인간이자 그 과정에서의 주인공이라는 거다.
지금 할 수 있는 작은 시작
- 오늘 단 5분,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것을 적어보기
- 사랑하는 누군가와 대화할 때, 온전한 나를 조금씩 드러내 보기
- 자신을 포기하는 것이 성장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면서 나아가는 것이 성장임을 기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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