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런 소식을 마주했을 때, 제 마음은 무거워졌습니다. 성범죄로 실형을 받은 목사가 다시 강단에 설 수 있다니요. 하지만 현실이 정확히 그렇습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여성위원회가 최근 공개한 '교회 성폭력 예방과 극복을 위한 교단 순회간담회 결과 보고회'를 통해 이 심각한 현실이 드러났습니다.
저는 이 문제가 단순한 개별 사건이 아니라는 점에서 더 깊은 우려를 느낍니다. 우리 사회가 2018년 미투 운동 이후로 성폭력 대응에 민감해졌는데, NCCK 여성위원회 김은정 목사의 지적처럼 "교회는 무관심하거나 형식적인 곳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왜 신앙의 공간에서 피해자들은 더 혼자 같은 기분을 느낄까요.
교회라는 신앙 공간, 피해자는 더 갇혀 있습니다
교회 내 성폭력 문제는 직장 내 그것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직장도 옮기기 어렵지만, 교회는 신앙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NCCK 여성위원회 김은정 목사는 이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교회를 옮길 생각이 없는데, 가해자 때문에 피해자가 떠나야 한다는 게 사실 말이 안 되는 거죠."
이 말 속에 얼마나 많은 피해자의 눈물이 흐르고 있는지 생각해봅시다. 교회를 떠나는 것은 단순히 모임을 바꾸는 것이 아닙니다. 신앙 공동체를 버리는 것 같은 죄책감, 신앙 자체의 흔들림, 그리고 또 다른 교회에서도 같은 일이 반복될까 하는 두려움까지 안고 가야 합니다.
교회 지도자들이 한 말: 피해자의 신앙까지 앗아갔습니다
NCCK 여성위원회의 조사에서 나온 사례입니다. 부목사가 교회 고등부 교사인 여성 신자를 성폭행했는데, 피해자는 교회를 떠나고 싶지 않아 8개월을 버텼습니다. 하지만 결국 신앙생활 자체를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무엇이 그렇게 이 여성을 떠나도록 했을까요. 교회 지도자의 말입니다.
"너는 더럽혀졌으니 아이들 앞에 설 자격이 없다. 앞길이 창창한 목회자의 길을 네가 막았다."
피해자에게 이런 말을 던졌습니다. 담임목사는 한술 더 떠서, 침묵을 "피해자 보호"라고 정당화했습니다. 이것이 우리 교회가 한 일입니다.
교회가 정면으로 직시해야 할 현실
NCCK 여성위원회의 진단은 명확합니다. 관련 전담 조직을 두면서도 예산은 자체 조달하게 하고, 의지 없이 형식적으로만 대응하는 교회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현재의 중견 목회자 이상은 성폭력 관련 교육을 제대로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성폭력과 성희롱은 결국 성차별에서 기인한다는 지적처럼, 여성을 남성의 부속품으로 보는 가부장적 신학이 교회 문화에 얼마나 깊게 박혀 있는지를 우리는 자각해야 합니다.
당신은 그 교회를 떠나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 글을 읽는 분 중에 비슷한 상황으로 고통받고 있는 분이 있다면, 저는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은 그 교회를 떠나야 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해자와 그를 감싸는 체계가 바뀌어야 합니다.
NCCK 여성위원회는 강조합니다. 각 교단 지도부가 "내부에서 일어나는 성폭력 문제를 쉬쉬하거나 형식으로 대할 게 아니라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이것은 거창한 외침이 아닙니다. 당신의 목소리와 아픔도 그 직시의 일부입니다. 혼자가 아닙니다.
결론: 지금부터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성범죄 실형 받은 목사가 다시 강단에 설 수 있다는 현실은, 우리 교회가 얼마나 피해자의 목소리를 무시해 왔는지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이 현실을 외면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신앙공동체를 떠나갈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행동:
- 당신의 교회가 성폭력 대응 기구를 갖추었는지 확인하고, 실제로 작동하는지 감시하기
- 교회 내 성차별 문화에 대해 조용하지 않기, 목사님이나 리더들과 이 문제를 함께 나누기
-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하기 — 가해자 보호가 아닌 피해자 보호가 최우선임을 기억하기
교회가 성폭력으로 상처 입은 사람들을 보호하는 공간이 되려면, 먼저 우리 스스로가 이 현실을 직시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그 변화는 당신의 한 마디, 한 행동에서부터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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