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금 도입 4년, 실제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

정부가 2022년부터 연 1조원씩 투입해온 지방소멸대응기금의 정책 효과가 예상을 크게 밑돈다는 실증 분석이 나왔다. 한국노동연구원(KLI)이 7월 29일 발표한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지역고용 및 인구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기금을 지원받은 지역의 고용 환경 개선이 제한적이고 인구 유입 효과는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소멸대응기금은 인구감소지역 89곳과 관심지역 18곳에 연간 1조원을 배분하는 행정안전부 정책이다. 기금을 지원받은 지역의 전체 고용률은 평균 0.61%포인트 상승했고, 지역별 평균 약 370개의 일자리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단순한 숫자만 보면 긍정적으로 평가할 여지가 있지만, 질적 분석으로 들어가면 상황이 달라진다.

일자리 양은 늘었지만 '질'이 문제인 이유

기금이 창출한 일자리의 구성을 살펴보면 정책의 한계가 명확해진다. 임시·일용직 고용률은 0.49%포인트, 자영업 고용률은 1.34%포인트 올라갔다. 반면 상용직(정규직) 고용률은 오히려 1.2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기금이 단기 관광 사업, 환경 미화, 문화행사 같은 전시성 행정사업에 주로 투입되었음을 시사한다. 지자체가 빨리 사업을 진행하고 가시적 성과를 보이기 위해 임시직과 자영업을 늘리는 방식에 의존했다는 뜻이다.

더욱 우려되는 대목은 청년층이다. 고용 정책의 핵심 타겟이어야 할 15~34세 청년의 고용률은 거의 변화가 없었다. 고령층(65세 이상)의 고용률이 0.4%포인트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기금이 지역의 인구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는 단기·임시 성격의 일자리만 늘어난 셈이다.

집행 미흡과 인구 유입의 한계

기금 집행 과정에서도 비효율이 드러났다. 지자체별 평균 배분액은 64억원이었지만 실제 집행액은 33억원에 그쳤다. 이는 지자체가 기금을 어떻게 써야 할지 뚜렷한 계획을 갖지 못한 채 운영 중임을 보여준다.

인구 유입 측면에서도 성과는 미미했다. 다만 긍정적 신호가 하나 있다면, 기존 주민의 유출을 늦추는 효과는 확인됐다는 점이다. 지역에서 다른 시도로 나가는 전출 인구가 평균 12.4% 감소했다. 인구 감소 추세를 완전히 반전시키지는 못했지만, 최소한 인구 유출의 속도를 늦추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정책 개선의 방향

한국노동연구원의 구자현 부연구위원은 "기금의 집행 목표를 상용직 일자리 창출과 청년을 위한 정주 여건 개선 중심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기금이 가시적 고용 수치 증가에만 집중하고 있다면, 앞으로는 지속 가능한 경제 구조로 나아가야 한다는 진단이다.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순 재정 지원을 넘어 지역의 특성에 맞는 산업 육성, 교육 인프라 개선, 원격 근무 기반 조성 같은 구조적 대책이 필요하다. 또한 기금을 지원하는 지자체의 계획 능력과 집행 역량을 높이기 위한 중앙 정부의 컨설팅과 모니터링도 병행되어야 한다.

결론

"지방소멸 막자" 연 1조씩 쏟아부었는데 충격 결과 나왔다는 이번 보고서는 좋은 의도의 정책도 설계와 실행이 없으면 한계에 직면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일자리 수는 늘었지만 질은 낮고, 청년 정착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며, 집행 효율도 50% 수준에 그쳤다.

앞으로의 과제는 명확하다. 첫째, 기금 배분 기준을 상용직 창출로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둘째, 지자체 사전 계획 승인 제도 강화로 전시성 사업을 줄여야 한다. 셋째, 청년층을 위한 별도 지원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집행 모니터링을 강화해 실제 집행률을 높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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